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부모님의 기대 – 어머니의 요구

[가족관계]부모님의 기대 – 어머니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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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부모님의 기대 – 어머니의 요구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그 때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예수께 왔는데 그 어머니는 무엇인가를 청할 양으로 엎드려 절을 하였다. 예수께서 그 부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 부인은 “주님의 나라가 서면 저의 이 두 아들을 하나는 주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 형제들에게 “너희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마실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도 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편과 내 왼편 자리에 앉는 특권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들은 내 아버지께서 미리 정해 놓으셨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열 제자가 그 형제를 보고 화를 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놓고 “너희도 알다시피 세상에서는 통치자들이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고 높은 사람들이 백성을 권력으로 내리누른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은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 하셨다. 마태 20,20-28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무엇인가 예수님의 눈에 비장한 기운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 모르게 슬쩍 제베대오의 아들들이 예수님께 찾아 갔습니다. 자리 청탁을 하려했던 것입니다. 사실 ‘먼저 자리를 맡으며 임자’라는 속셈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처럼 사심 없는 분에게 자리청탁을 했다니 그 두 형제의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형편없었던 겁니다. 이것은 마르코복음의 보도입니다(마르 10,35-40).

마태오에는 색다르게 그 장면에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두 형제의 어머니가 나타나 예수님에게 자리 청탁을 합니다. 예수님 앞에서 치마 바람이 한바탕 불었다는 말인데 마태오와 마르코 중 어느 것이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 갑니다. 아무튼 마태오 쪽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상황으로 시작해서 말씀으로 끝나니까 상황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내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어보십니다. 구약성서 시대부터 ‘잔을 마시다.’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입니다. 관용어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역시 죽음을 요구한 것이지요. 우회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뜻은 분명합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할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아마 구약성서의 관용어를 몰랐던 게지요. 그러니 생각도 깊이 안 해보고 냉큼 대답을 한 겁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자식의 힘으로 도저히 안 될 때는 어머니가 나섭니다. 혹시라도 늙은 엄마가 하소연하면 청탁이 이루어지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체면이고 뭐고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종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경우입니다. 예수님은 그럴 위치에 오른 분도 아니고 그런 의지조차 전혀 없는 분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에 맞춰 자신의 일을 했기에 어머니의 부탁에도 역시 ‘아버지의 뜻’을 거론한 겁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다음 기회를 약속했을까요, 아니면 스스로를 질책하고 자식들을 나무랐을까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