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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걷는 그리스도인들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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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공회 내 성공회 한인 교회 협의회(Aisamerican Episcopal Ministries – Korean Convocation)의 소식지인 "주님의 일꾼"에 실린 <경계를 걷는 그리스도인> 이야기 전문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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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 안에서 새로운 모델을 실험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하기로 한 거죠." 주낙현 요셉 신부는 작년 여름 북가주 산호세 실리콘 밸리 지역에서 "경계를 걷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신앙 공동체 모임을 시작했다. 오클랜드 한인 교회를 섬기면서 버클리에서 공부를 병행하던 주신부는 한국 성공회의 사목 현실과 미국 성공회 내 한인 교회 현실의 어려움을 몸소 겪고 고민을 하던 참에 새로운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작년 8월 말 주신부 집에서 주신부 가족과 다른 한 명이 참여하여 다섯 명이 주일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주일 이른 오후에는 오클랜드 한인 교회(캘리포니아 교구)에서 미사를 드린 뒤, 다시 내려와 오후 늦게 주일 기도 모임(엘 카미노 레알 교구)으로 지난 6개월을 쉬지 않고 모였다. 그리고 2주 전에 실리콘 밸리 서니베일 소재 세인트 토마스 교회(St. Thomas Episcopal Church) 교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미사를 드렸다. 어린이를 포함하여 27명이 참석했다.

이 새로운 모임에는 주신부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성공회 신자가 한 명도 없다. 전혀 그리스도교를 접한 적이 없다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 다른 개신교회에 출석하기도 하고, 천주교 신자였다가 교회 다니기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모이는 사람들 모두 어떤 의미에서든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다. 주신부는 이들이 오히려 성공회를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분들이라고 믿는다.

"한국 사회나 한인 사회는 경계를 분명히 긋기를 좋아하죠. 정치적 견해를 사람을 나누기를 좋아하고요.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여전히 종교와 비종교, 그리스도교와 비그리스도교. 제도적 교회와 영성적인 길 찾기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도 낄 수 없이 경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경계를 걷는 분이었으니까요." 주신부는 이런 뜻에서 "경계를 걷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모임 이름이 나왔다고 말한다.

"교회 전통에서 성공회야말로 이처럼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을 가장 이해하고 초대할 수 있는 넉넉한 교회라고 믿습니다." 이런 주신부의 생각에 몇 사람이 동의하고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예수를 몰라도 된다. 성공회를 몰라도 된다. 그러나 다른 삶의 가치를 찾는 이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물론 기도 모임 때에 성서와 복음을 꼭 읽었다. 성서에 관한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어도 읽은 성서 본문을 두고 느낀 생각을 나누었다. 참여한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그리스도인으로 만들려고도 하지 않으면서도 복음 이야기를 나누고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임이 갑작스럽게 생긴 것은 아니다. 2년 전 북가주 실리콘 밸리의 젊은 한인 모임에서 주낙현 신부를 강사로 초대하여, 한인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종교 간 대화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대부분은 비종교인이었고 종교를 잠시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몇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열린 마음으로 사회와 종교를 생각하고 사귀는 모임이 있어야 기존의 종교들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 주신부는 공부 계획과 귀국 문제로 이를 거절했지만, 사정이 바뀌어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모이는 사람들의 나이는 대체로 30대 말부터 40대 중반이다. 어린이도 꽤 있고 50대 60대 초반인 분들도 있다.

지금은 주일 미사를 오후 5시에 드리지만, 곧 오후 1시에 성당 본당에서 미사를 드릴 계획이다. 성 토마스 교회의 웬디 스미스 신부님과 신자들은 모든 시설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지역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목요 대화 카페"를 연다. 주신부는 성직 셔츠를 입고 이 커피숍에 매주 목요일 오후 7에서 9시 사이에 앉아 있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찾아오는 이들과 함께 대화하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지난 6개월 동안 혼자서 자리를 지킨 적이 없다. 지금은 약 7-10명 정도가 단골손님이 됐다. 여기에는 흥미롭게도 불교 신자들과 무신론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 이들에게는 그리스도교 성직자를 만나는 일이 흥미롭기도 하고, 쉽게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대화도 나누고, 어떤 경우는 사적인 고민을 두고 대화도 한다.

이 새로운 공동체는 또 다양한 교육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열린 포럼"에서는 타종교와 대화, 과학과 종교 간 대화 등을 주제로 지역 한인들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신앙 포럼"을 통해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나누고 교육하며 성공회 신앙의 전통도 나눌 생각이다.

참여하는 분들 대부분이 인터넷이 익숙해서 웹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페이스북, 트위터) 통해서도 새로운 공동체를 알리고 나누고 있다(아래 주소 참조). 또 절기마다 매일 아침 이메일 통해서 훌륭한 영성가와 신학자의 글과 성찰을 나누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본회퍼와 걷는 40일 여정"을 매일 나누었고, 사순절인 지금은 "헨리 나웬 신부와 걷는 사순 여정" 아침 편지가 약 80여 명에게 매일 아침 전달되고 있다.

한편, 오클랜드 한인 교회는 성지-수난 주일을 끝으로 더는 모이지 않는다. 소속 캘리포니아 교구는 지난 10년 동안 지원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새로운 지역 교구(엘 카미노 레알)에서 새로운 공동체에 힘을 쏟으라고 당부했다. 오클랜드 한인 교회 교인들은 이후 실리콘 밸리 새 공동체에 참여한다. 이들 중 세 명의 교우가 부활전야 미사 때 세례를 받는다. 이와 더불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성공회 신자들을 찾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성공회 전체와 교구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재정적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는 헌신과 더불어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 성공회 아시아 사목부(EAM)가 지원책을 찾고 있으며, 한인교회협의회도 적극 도울 계획이다. 미국인 교회인 성 토마스 교회도 시설 지원과 더불어 재정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교구와 교단에서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소식지를 받아보는 미국 한인 교회의 교우들과 한국의 교우들이 보내는 기도와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아래 주소나 웹사이트의 연락처를 통해서 연락하거나 후원을 할 수 있다. 주일 미사와 다른 모임에 대한 안내는 아래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경계를 걷는 그리스도인 A Korean Episcopal Mission in Silicon Va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