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두통거리

[나의 문제 해결하기]두통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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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제 해결하기]두통거리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물을 포도주로

이런 일이 있은 지 사흘째 되던 날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도 계셨고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 그런데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알렸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 유다인들에게는 정결 예식을 행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 예식에 쓰이는 두세 동이들이 돌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마다 모두 물을 가득히 부어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자 예수께서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하셨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다. 물을 떠간 그 하인들은 그 술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잔치 맡은 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술맛을 보고 나서 신랑을 불러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 하고 감탄하였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 – 요한의 복음서 2:1~11

요한 2,1-11은 요한복음에 처음 등장하는 기적사화로 구분하면 ‘자연기적’이 됩니다. 나자렛에서 가까운 가나라는 곳에서 결혼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섯 개나 되는 독에 담아두었던 포도주가 바닥이 났습니다. 하객들은 술이 떨어졌다고 난리가 났는데 말입니다. 아주 큰 잔치였던 모양입니다. 마침 성모님은 그 집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지 예수님에게 다가와 청을 합니다. 무슨 방도가 없겠냐고. 그 때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릅니다.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다. 이 이야기에는 그렇게 단순화시켜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합니다. 그런 조짐은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보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사흘째 되던 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꼭 사흘째 되는 날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나타나엘을 제자로 선택한 소명사화인데 일주일 전이든, 이주일 전이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서 잠시 요한복음의 독자들 입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요한복음을 처음 읽던 독자들도 아마 왜 사흘인지 궁금했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을 잠시 해보았겠지요. 그러다가 ‘사흘째’이라는 날짜계산이 무척 귀에 익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을 겁니다. 바로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런 식으로 물꼬를 트면 다음은 쉽게 풀립니다.

예수님 부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처럼 놀라운 변화의 사건입니다. 우리는 비록 세상에 살지만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광을 온몸에 지니신 분입니다. 그분이 부활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고 하지만 실은 공생애 초에 이미 자신이 이루시게 될 위업을 표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했듯이 하늘의 영광이 세상에 들어와 그 밝은 빛을 환히 드러냈습니다.

영광의 예수님은 세상에 내려와 저 아래로부터 극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영광만이 우리가 희망을 두어야 할 유일한 목표입니다. 요한복음을 읽던 독자들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건네주는 표징을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