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도덕적인 문제 – 성전 정화

[나의 생활방식 탐구]도덕적인 문제 – 성전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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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방식 탐구]도덕적인 문제 – 성전 정화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아에서 나올 때에 예수께서는 시장하시던 참에
멀리서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열매가 있나 하여 가까이 가보셨으나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여 아무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먹지 못할 것이다.” 하고 저주하셨다. 제자들도 이 말씀을 들었다.
그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 예수께서는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사고 팔고 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시며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셨다.
또 물건들을 나르느라고 성전 뜰을 질러다니는 것도 금하셨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시며 “성서에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하리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이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구나!” 하고 나무라셨다.
이 말씀을 듣고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예수를 없애버리자고 모의하였다. 그들은 모든 군중이 예수의 가르침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예수를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와 제자들은 성밖으로 나갔다.
마르 11,12-19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 들이 닥치자마자 성전 안뜰에서 장사꾼들의 좌판을 뒤엎으며 성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화를 내셔야만 했는지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매년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순례 때는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제물을 가져 와야 하는데 제물로 쓰일 짐승은 반드시 흠이 없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전 문 앞에 포진한 제물 검사관들의 눈은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 순례자들이 직접 가져온 제물은 문을 통과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순례자들에게는 성전 안뜰에서, 성전 문을 이미 통과한 제물을 구입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고, 이는 곧 전문적인 제물공급업체의 필요성을 뜻합니다.

또 한 가지, 성전 내에서는 오직 성전에서 주조한 코인(동전)만 사용될 수 있었으므로 모든 외국 돈은 성전코인으로 교환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성전 안뜰에 돈을 바꾸어주는 환전상이 있었습니다. 그런 정황을 미루어볼 때 우리는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한 대제관들과 장사꾼들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은 어디나 다 비슷한 법 아닙니까?

예수는 ‘내 아버지의 집을 도둑놈의 소굴로 만들었구나!’라는 일갈로 그 추악한 탐욕의 현장을 뒤엎었습니다. 이를 달리 보면 제도권 종교인들의 튼튼한 돈줄을 막아버린 꼴이었습니다. 게다가 예수는 스스로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라고 떠벌였으니……. 제도권 종교인들이 예수를 처단할 이유는 넘치고도 남았습니다.

예수님은 정말로 화를 내실 만 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하느님이 계신 집 안에서 그따위 일을 벌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외부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래야 해’라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항상 예의 바르고 점잖아서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의 앞에서 그래서는 안 됩니다. 불의 앞에서도 점잔만 떨다가는 불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만들어주는 셈이 됩니다. 예루살렘 성전 뜰에서 예수님이 하신 파격적인 행동은 우리에게 기운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