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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직면하기]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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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직면하기] 돈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

예수께서 베다니아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 계실 때의 일이다. 마침 예수께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셨는데 어떤 여자가 매우 값진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깨뜨리고 향유를 예수의 머리에 부었다. 그러자 거기 같이 있던 몇 사람이 매우 분개하여 “왜 향유를 이렇게 낭비하는가? 이것을 팔면 삼백 데나리온도 더 받을 것이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 터인데!” 하고 투덜거리면서 그 여자를 나무랐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참견하지 마라. 이 여자는 나에게 갸륵한 일을 했는데 왜 괴롭히느냐?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 곁에 있으니 도우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도울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여자는 내 장례를 위하여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이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온 세상 어디든지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알려져서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열두 제자의 하나인 가리옷 사람 유다가 대사제들을 찾아가서 예수를 넘겨주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유다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를 넘겨줄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마르 14,3-11

어느 여인이 예수님의 죽음을 얼마 앞 둔 시점에 식사하시던 방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최후만찬 때였을지 모릅니다. 그 여인은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다고 합니다(마르 14,3-9). 같은 이야기가 다른 복음서에도 나옵니다. 루가복음에서는 행실이 바르지 못한 죄녀가 들어왔다고 하며(7,26-38), 요한에서는 라자로의 동기인 마리아가 들어왔다고 합니다(12,1-8).

요한복음에서 한 가지 더 관심을 기울일 점은 나르드 향유의 값을 따지며 반발한 제자가 구체적으로 배신자 유다이며 그는 예수님 일행의 회계였다고 전합니다. 유다는 원래부터 못돼먹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표시한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사건이 네 번씩이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전승과정에서 이미 가감승제 된 것을 복음서작가들이 옮긴 것입니다.

나르드 향유는 전량 동방에서 수입되던 고급 기름으로, 향기가 좋고 병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답니다. 삼백 데나리온이면, 하루의 노동자 품삯이 한 데나리온 이었으니까 거의 1년 치 벌이를 예수님에게 쏟아 부은 셈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한 3천만 원 쯤 될지 모르겠습니다. 결코 함부로 쏟아 부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행동을 칭찬하면서 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당신들과 함께 있으나 자신은 곧 세상을 떠나기에 여인을 나무라지 말라고 하십니다. 물론 여기서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과 예수님에 대한 여인의 헌신을 비교해서, 자선보다는 헌신이 낫다는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례준비 역시 자비로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여인 역시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며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헌신의 방법으로 예수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여인의 행동은 예수님을 행한 극적인 믿음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