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교파마다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과 의미는?

[묻고답하기] 교파마다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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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각 교파에서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과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외국에서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이 우리나라처럼 교파별로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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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분들도 아시다시피 그리스도교에는 다양한 교파가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교파들끼리 별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가톨릭 교우들이 보수적인 개신교 교파들보다는 오히려 불교에 호의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 보면 저들이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갖고 있지나 않는가? 저들이 믿는 하나님과 우리가 섬기는 하느님이 본래부터 같은 분이신가? 등등의 의문이 절로 떠오르곤 합니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하느님은 결코 다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불성설입니다. 그리스도교 내의 어느 교파라 하더라도 천지창조의 하느님, 아브라함의 하느님,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신 하느님, 이스라엘의 하느님,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 등등의 하느님 신앙에서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종종 우리는 교파들 간에 하느님 이해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니…….
   
보통 하느님을 정의내릴 때 십계명의 제 1계명을 들곤 합니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출애 20,3) 이른바 ‘유일신 사상’입니다. 하지만 그 가르침을 이해하는 면에선 교파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제 1계명의 표현만 갖고 보면 하느님은 대단히 배타적인 분으로 비쳐집니다. 그래서 만일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신 하느님 말고 다른 신을 쫓거나 다른 종교에 속한다면 뼈도 추리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처럼 유일신 신앙의 배타성을 유난히 강조하면 불자나 유생은 물론 타 교파의 그리스도인들조차 거부하기에 이릅니다. 일부 근본주의 신앙을 강조하는 개신교파에서 그런 까닭에 개신교의 거의 모든 교파에서는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같은 그리스도교 식구인 가톨릭이나 정교회나 성공회마저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이 계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한분 하느님만 주인으로 여겨 섬겼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 제 1계명은 배타성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보여주는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을 얕잡아볼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 강대국들에 짓눌려 살면서 눈치나 보는 가련한 신세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직 하느님만 섬기기로 작정했습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우리는 하느님만 섬기는 민족’으로 정의내리는 계명이 바로 제 1계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 보면 타종교에 대한 일방적인 적대감은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입니다. 하느님은 불가지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주제넘게 나서서 구원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명칭도 문제입니다. 가톨릭에서는 ‘하느님’,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 하고 이 때문에 종종 입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비록 전통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유일신으로 섬기니 하나님이 맞다(실제로 국어사전에 ‘하나님’이 항목이 수록된 것도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명칭인 하느님으로 부르는 게 오히려 맞다….. 합의점을 찾기 힘듭니다. 참고로 원래 모세에게 처음 주신 하느님의 명칭은 하느님도 하나님도 아닌 הוהי입니다. (가톨릭에선 더 이상 이를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영어의 be 동사 격인 ‘하야’ 동사의 1인칭 복수 미완료 형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 하느님의 명칭을 갖고 개신교와 가톨릭이 격돌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각 나라마다 같은 호칭을 사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