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말씀과 신앙나눔 민생경제 측면에서 본 홍콩”우산시위”(디지털 타임스 2014.10.09) – 이경래 신부

민생경제 측면에서 본 홍콩”우산시위”(디지털 타임스 2014.10.09) – 이경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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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국경절부터 일주일간 중국의 모든 학교, 관공서, 회사들이 쉰다. 이 기간 동안 중국 각처는 물론 심지어 한국과 인근 나라에까지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행업과 관련 산업계는 이러한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홍콩 역시 한국처럼 중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쇼핑과 관광명소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국경절은 예전 같지 않다. 그것은 9월22일부터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 때문이다.

시위의 직접적인 발단은 2017년 홍콩행정장관 선거방식에 관하여 지난 8월 31일 북경에 있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이다. 현행 홍콩행정장관 선거는 약 80% 친 중국계 인사들로 구성된 1200명의 선거위원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이러한 간접선거 방식에 대하여 홍콩인들은 중국 중앙정부한테 홍콩의 민의를 대변할 사람을 직접 뽑고 싶다고 줄기차게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시민들의 직접선거 열망을 수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선거방식을 결정한 것이다. 2017년에 시행될 새로운 방침은 친 중국계 인사들로 구성되는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낸 다음, 주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이들 중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자신들의 민의를 온전히 대변하기엔 부족하며 오히려 중국 중앙정부의 방침을 전달하고 시행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위 초기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기 위해 시위대가 우산을 펼쳐 들어서 이번 사태를 일명 ‘우산시위’, ‘우산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시위를 주도하는 층이 주로 학생과 지식인 중심이고 여기에 적지 않은 시민들이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 상인들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우려와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국경절 관광특수 기간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인들에게서 볼멘소리가 적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여행협회 주석 후자오잉은 비자발급제한으로 중국 내지 여행객이 감소해서 매출이 약 40%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으로 급기야는 노란색을 상징하는 우산시위에 반대하는 파란시위까지 등장해서 양 시위대간에 긴장과 충돌을 야기했다. 한편 연휴가 마침에 따라 학교 등교 등으로 시위열기는 현재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이른바 ‘홍콩 우산시위’에 대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선거방식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민생경제라는 측면이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 내지인과 홍콩인들 간에 시각차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주변에는 있는 중국본토 지인들의 반응은 홍콩이 예전 영국식민지 시절 홍콩총독을 자신들이 직접선거로 뽑는 것이 아니라 영국정부로부터 임명받은 사람 치하에 있었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그러한 식민지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제도는 비록 홍콩인들에게 100%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홍콩인들의 정서는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4년 전 회의차 홍콩에 갔었을 때, 자연스럽게 홍콩의 선거제도를 비롯한 그들의 생각을 들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842년 아편전쟁의 결과 홍콩이 영국의 조차지가 된 후, 홍콩은 여러모로 영국의 영향을 받아왔고 이러한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중 하나이자 중국과 세계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식민지 모국 영국이 직접선거로 자신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것과는 달리, 홍콩은 임명된 총독의 관리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었을 때, 홍콩인들은 등소평이 제시한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국양제’원칙을 환영하면서 과거 식민지 모국 영국의 이류시민이 아닌 본인들의 민의를 대변할 사람을 직접 뽑을 수 있는 일류시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정서와 더불어 일국양제의 법적 기초가 되는 ‘기본법’ 제5장에 ‘사회주의 시스템은 홍콩 특별 행정구에서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자본주의 체제가 50년 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명시된 것을 근거로 고도의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으로 민생경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국경제의 발전으로 홍콩 역시 경제적으로 많은 수혜를 받고 특히 중국 내지와 장사로 부를 축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범한 홍콩시민들은 엄청나게 몰려오는 내지인들로 인건비가 싸져서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주택난도 가중되고, 덩달아 물가도 오르고 있는 등 여러모로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홍콩달러는 중국 위엔화에 비해서 계속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다 내지인들의 원정출산, 조기유학 등으로 홍콩 서민들이 밀려나면서 급기야 내지인들을 ‘메뚜기’에 비유하는 혐오감정까지 생기게 되었다. 특히 내지인들의 낮은 공중질서 의식은 이러한 혐오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홍콩인과 내지인 사이의 간극이 이번 홍콩행정장관 선출방식에 대한 불복종으로 촉발되었다고 본다. 과거 서구와 일본의 침략이 낳은 후유증을 이겨내고 일국양제로 홍콩과 마카오를, 그리고 장차 대만을 하나의 중국이라는 품에 감싸 안으려는 중국으로선 이번 일이 과거 서로 다르게 살아 온 차이를 극복하기가 그리 간단치 않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일은 남북으로 오랜 세월 갈라져 살아 온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중앙정부나 홍콩시민 모두 이번 일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해결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