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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순환, 사랑의 순환(연중 7주일, 장기용요한 신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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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순환, 사랑의 순환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23일 연중 7주일 설교 말씀)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의해 이스라엘 군인 두 명이 포로로 잡히자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무차별 폭격했습니다. 한 소년의 집이 박살나고 가족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병원으로 실려 간 소년은 치료도, 식사도 거부합니다. 그러자 노르웨이에서 자원 봉사 온 의사가 말합니다. “얘야 왼 손으로도 총은 쏠 수 있단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은 다시 힘을 내어 치료에 나섰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이 소년의 미래는 어떻게 될는지 매우 심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일 왼 손으로도 총을 쏠 수가 없으면 자살 폭탄 테러에 나서지나 않을지… 그리고 그러면 안 된다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을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입니다.

러시아 소치에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올림픽 소식을 전할 때마다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철통같은 경비입니다. 아마도 1972년도에 있었던 뮌헨 올림픽 때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의 테러 단체 ‘검은 구월단’에 의해 벌어진 이스라엘 선수들 납치 살해 사건 때문에 경비에 만전을 기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보복은 철저했습니다. 이스라엘 비밀첩보 기관인 모사드는 ‘유태인의 피 값은 비싸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검은 9월단’ 멤버를 색출해 암살합니다. 이 복수의 과정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뮌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서 세상에 알렸습니다. 영화에서는 복수를 위해 선발된 비밀 첩보원들이 한 명, 한 명 암살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인 갈등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이는 사람들이 범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다시 되돌아오는 보복 테러의 위협 속에 심각한 불안과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세상은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필버그는 복수가 평화를 가져오지 않고 더 심한 복수극과 인간적인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유태인들이 세상을 향한 저주와 복수가 미화 될 수도 없고,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현대 인류 문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쌓아올린 팔레스타인 장벽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야만적인 인권 유린과 억압은 자신들이 역사 속에서 당한 차별과 학대를 고스란히 약자에게 행하는 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높이 5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쌓아서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경제생활도, 교육도, 의료도 극심히 제한 될 수밖에 없으며 주민들은 삶의 희망도 없는 상태입니다.

예수께서는 ‘보복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만… 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과연 용서할 수 있을는지… 설령 용서한다고 한들 이스라엘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는지… 그래서 평화가 정착이 될 수 있을는지… 의문이 가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원수는 알아서 하실 것이고, 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사도 바울의 권유도 그렇습니다만 막상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복음을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연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요?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아마도 세계인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회개를 촉구하도록 권하실 것 같습니다. 인류의 양심과 기독인들의 신앙은 세상의 역사를 늘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들은 극심한 차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닐슨 만델라, 성공회의 투투 주교는 억압하는 백인들에 대항하여 폭력적 해방투쟁을 하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위한 그들의 신념은 세상을 감동시키고 온 인류의 양심을 움직여서 결국에는 인종차별의 장벽을 허물고야 말았습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위대한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폭력적인 투쟁으로 일관했다면 아직도 인종차별은 굳건히 남아있을 것이고 복수는 복수를 낳게 되었을 것입니다.
미움과 증오와 복수는 평화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메시지는 남북으로 갈라져서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말씀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결국 휴전선의 철책을 녹이게 될 것입니다. 복수의 순환은 사랑만이 끊을 수 있고 사랑의 순환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