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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동체 만들기]몸으로 복음 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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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동체 만들기]몸으로 복음 전하기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을 잡수실 때 악마는 이미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를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한편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주님, 그러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목욕을 한 사람은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 너희도 그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모두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셨으므로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고 나서 겉옷을 입고 다시 식탁에 돌아와 앉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이제 너희는 이것을 알았으니 그대로 실천하면 복을 받을 것이다. 요한 13,1-17

발 씻어주기

팔레스타인 땅의 기후적인 특징을 보면 광야성에 속합니다. 광야성 기후는 일년 중 우기와 건기가 뚜렷이 구별되고, 건기가 되면 내리쬐는 태양과 길거리의 먼지 때문에 나다니기가 거북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대기 중에 습기가 없어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맛이 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에 대기 중에 습기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은 나라와는 다릅니다.

먼지가 많았던 까닭에 주인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하인은 발을 씻어주었습니다. 하인이 없는 경우, 혹은 아주 귀한 손님이 오는 경우 주인이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로마 사람들은 꾀가 많아 집 입구에 아예 빗물을 받아두는 물웅덩이 마련해놓아 들어오기 전에 발을 씻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 공간을 아트리움이라 불렀고 세월이 지나면서 공간이 화려하게 바뀌어 갔습니다.

예수님은 종종 상징적인 행동을 하십니다. 예를 들어, 성찬례 때 빵을 떼고 잔을 돌리는 행동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하인들이나 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십니다. 아마 제자들이 몸 둘 바를 몰랐을 겁니다. 하늘같이 모시던 스승이 먼지와 때에 찌든 자신들의 발을 씻다니요. 그 중에서도 베드로는 역시 달랐습니다. ‘내 발 만은 못 씻으신다.’고 완강히 거절하더니 돌연 손과 머리도 씻어달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다 씻은 후에 같은 행동을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너무나 명확한 행동과 말씀이라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습니다. 제자들은 평소에 예수님을 실망시킨 적이 많습니다. 윗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몰래 청을 넣지를 않나(마르 10,35-45), 길에서 자리다툼을 하느라 언성을 높이지 않나(마르 9,33-37), 누가 예수님의 이름을 도용했다고 발끈하지 않나(마르 9,38-41), 도대체 예수님의 의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음으로써 교훈을 주시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평소 예수님의 직제자임을 뽐내고 다녔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돌발적인 행동은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마시오. 반드시 실패합니다. 오히려 열심히 남을 섬기시오. 그러면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