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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동체 만들기]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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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동체 만들기] 친해지기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하루는 많은 사람들이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는 예수를 에워싸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 때 예수께서는 호숫가에 대어둔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 그물을 씻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시몬의 배였는데 예수께서는 그 배에 올라 시몬에게 배를 땅에서 조금 떼어놓게 하신 다음 배에 앉아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하셨다. 시몬은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뒤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같이 고기를 끌어올려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두 배에 가득히 채웠다. 이것을 본 시몬 베드로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너무나 많은 고기가 잡힌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던 것이다. 그의 동료들과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똑같이 놀랐는데 그들은 다 시몬의 동업자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루가 5,1-11

예수님의 부르심

갈릴래아 호수는 내륙의 호수치고 거대했습니다. 남북으로 21 km, 동서로 12 km 나 되었던 까닭에 풍랑이 거셌지요. 물이 살아있고 고기들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 가끔씩 풍랑이 쳐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갈릴래아 호수를 두고 종종 ‘게네사렛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큰 호수였으니 물고기가 많았고 어부도 많았습니다. 또한 물고기를 가공해 방방곡곡에 공급하는 물고기 가공업체들도 호수 주변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큰 상권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에 제격이었고 예수님의 복음전파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배에 올라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 다음 배를 띄워 호수 한가운데로 가서 베드로로 하여금 고기를 낚게 합니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잡히자 그만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말합니다. “제발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인입니다.” 베드로는 두려움을 느꼈던 겁니다. 예로부터 초월적인 분, 신적인 존재 앞에서는 두려운 감정이 앞서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흔히 ‘소명사화’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를 뽑은 이야기로 ‘상황묘사-소명-추종’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고대 그레코-로만 시대의 문학양식입니다. 비록 간단한 형식을 갖고 있지만 소명사화 뒤에는 큰 체험이 숨어 있습니다. ‘소명’에는 예외 없이 일상경험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체험이 동반됩니다. 베드로가 느낀 두려움은 거룩한 부르심에 대한 당연한 반응입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베드로의 직업이 어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수님이 아주 적절하고 멋스러운 은유를 쓰신 셈입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복음전도를 하기에 적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제 판을 벌려 줄 테니 그물이 터지도록 사람을 낚아 보시오.” 성서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은 그렇게 그려집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복 터진 사람입니다. 본인은 그 사실을 잘 몰랐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