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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2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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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제2일 2013년 2월 14일(목)

어머니
(오늘의 말씀 – 마르코 7:24~30)

묵상의 글

중국동포! 그러니까 조선족 여성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4년 전에, 자신은 2년 전에 한국에 왔다고 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한 남편이 자리를 잡아 자신을 한국으로 불렀고, 자신 또한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서 딸을 오게 했다고 했씁니다.

초등학교 6학년 딸! 두 사람이 낯선 곳의 설움을 견디며 밤낮 일했던 이유였지요. 초등학교 6학년 딸도 밤낮 가리지 않고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될 기미를 좀 보여주었더라면 아마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을 겁니다. 그런데 딸은 자신에게 거는 기대만큼 억척스럽게 일을 해대는 부모가 부담스러워 문 닫고 게임하고, 문 닫고 그냥 잤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낸 어머니는 초조했지요. 중국에서는 오히려 강남수준의 학습을 시켰다면서 '이런 동네'에 살아서 긴장감이 없다고, 강남으로 갈 수는 없으니 차라리 일본으로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 표정이 이미 말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식당에서 쟁반과 행주를 들고 움직이던 저 여성 어디에, 무단으로 국가를 넘나들고 무연고로 먹고 살아보겠다는 용기가 숨어있었는지. 놀라움과 무모함에 대한 비난이 동시에 담긴 표정이었지요. 그녀의 삶의 방향이 어찌 됐건 나는 그녀의 진심 앞에 일단 승복했습니다.

그날, 시로페니키아 여인이 지녔던 이방의 색채가 그녀에게도 물씬 풍겼습니다. 조선족 여성의 말투와 차림새, 물정 모르고 나서는 순진함까지, 그래서 처음에는 '의사 딸' 같은 허황된 꿈은 한국사회를 모르는 이방인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이 얼마나 진실한지 아는 순간 이방이라는 이슈로 그녀를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무모한 도전에 책임을 지고 고생을 감수하는 그녀의 삶을 듣는 순간 딸의 성공이 왜 그렇게 절실한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자녀인지 강아지인지도 중요하지 않았지요. 아니 간절한 바람을 위해 삶을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이 이방 여인에게 귀신 들인 딸은 삶의 전부였나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처럼 수모를 무릅쓰고 예수님께 졸라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 저에게는 그러한 진실함과 간절함이 없습니다. 저의 기도와 삶이 이방여인처럼 진실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아멘.

대한성공회 교육훈련국 '2013년 사순절 묵상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