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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4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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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제4일 2013년 2월 16일(토)

선   택
(오늘의 말씀 마르코 8:1~10)

묵상의 글

나는 가는 곳을 가립니다. 한 시간 거리인 친정에도 잘 가지 않습니다. 부모님 얼굴도 보고 싶고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은데… 생각뿐입니다. 집을 나서려면 시간을 내야하고 갔다 와서는 피곤한 채로 다음 일을 해야할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래도 말로는 이렇게 합니다. “아픈 사람 병문안 잘 가고 주변사람 잘 챙기는 사람이 제일 부럽고 존경스러워” 나는 자상한 성격이 아니라서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 조차 교묘하게 말합니다.

반면에 기를 쓰고 가는 곳도 있습니다. 직장, 이런 저런 회의, 이런 저런 워크숍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직장일이니까 그래야만 하는 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성과와 만족과 인정을 조금만 버린다면 그렇게까지 몰입할 필요가 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욕심인지? 기본인지? 그 경계는 저만 알지요.

오늘 성경말씀은 초반부터 나를 몸 둘 바 모르게 합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사흘이나 나와 함께 지냈는데 이제 먹을 것이 없으니 참 보기에 안 됐다.” 바로 이 말씀입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먹을 것도 나오지 않을 멀고 외딴 곳에 왜 찾아 들어갔을까요? 식사도 해결이 안 되고, 마치고 돌아간다고 한들 자격이나 경력 또는 인맥이 쌓이지도 않을 일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대책 없이 순수한 사람들! 멀어도 찾아가고 며칠이 걸려도 함께 있고 게다가 이득의 기미가 없어도 중도에 하차하지 않는 이들! 아프면 문안가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기도하고 돌봐주는 사람들! 바쁘다면서 부모도 멀이하는 저에게 정말 묵상거리입니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에 아등바등하는 나에게서 즐거움, 은혜, 감사, 기대 같은 것들은 어느새 다 새나가고 말았습니다. 당연한 노릇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자신의 생활을 다 내놓는 그들에겐 정말 배불리 먹을 자격, 먹고도 남을 여유를 누릴 자격, 축복에 축복을 받을 자격이 넘치고도 넘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축복합니다.

오늘의 기도

자비로우신 주님,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적더랃도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는 따뜻한 가슴을 허락하소서. 또한 우리가 육적인 양식보다 참된 생명의 양식을 찾게 하소서. 아멘.

대한성공회 교육훈련국 2013년 사순절묵상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