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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선교와 오늘 1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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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선교와 오늘 1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9회)

주낙현 신부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사제)

성공회는 교회의 일치와 선교를 하느님의 깊은 소명으로 받아들인 교단이다. 엄밀한 신학과 교리 논쟁이 아니라, 같은 기도서를 쓰며 함께 하느님을 예배하며 일치를 경험한다. 예배와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 펼치신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죽음을 넘어 부활의 생명으로 변화되는 예배를 일상의 삶과 일치하는 일이 바로 선교이다.

신앙과 삶의 일치로 사람을 초대하시고 펼쳐나가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이것이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이다. 창조하시고 화해하도록 하시고 변화를 일으키시는 하느님의 행동을 세상 속에서 따르고,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우리 삶 속에서 실현하는 일이 바로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의 선교이다.

이 점에서 성공회가 외적으로 다른 교단들과 일치하는 방법은 공동의 선교이다. 이 공동의 선교를 통한 일치는 성공회의 오랜 꿈과 실천이다. 1910년 국제 선교 대회를 비롯하여 세계 교회 협의회(WCC)의 창립과 발전의 주역을 맡았고, 최근 성공회-천주교 일치와 선교 위원회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계 각국의 성공회는 몇몇 교단과 ‘완전한 상통’(full communion) 관계를 이루며 교단 간 성직자 교환과 공동 사목을 펼친다. 일찍이 남인도 연합 교회와 북인도 연합 교회를 함께 세우고, 미국 성공회와 미국 루터교가 ‘완전한 상통’ 관계를 맺은 일은 바로 이런 공동 선교를 위한 일치의 사례이다.

세계 성공회가 나누는 다섯 가지 선교 표지는 선교 현장에서 다른 교회와 함께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성공회 선교 신학을 잘 요약한다. 다음과 같다.

첫째,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을 전한다. 

둘째, 새 신자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고 양육한다.

셋째,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한다. 

넷째,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와 화해를 추구한다. 

다섯째,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한다.

이 선교 표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공회는 복음화와 선교를 창조사건으로 마련된 세상 위에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로 믿고 행동한다. 전례적 전통을 강조하는 성공회가 여성 성직이나 동성애와 같은 논쟁적인 주제에서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런 결정과 실천은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려는 노력 가운데서 내린 기도와 식별, 신앙 경험의 결과이다.

여성을 성직에서 배제했던 교회의 옛 전통이 하느님의 선교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때, 성공회는 옛 전통을 바꾸어 새로운 전통을 마련하는 일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직은 하느님의 선교를 위해 존재하고 이 선교의 부르심은 인간 모두에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와 같은 매우 논쟁적인 문제에서도 하느님의 창조와 선교의 시선에서 이 사안을 살피고 선교 현장의 맥락에서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행동이 무엇인지를 묻고 응답하며 실천한다.

성공회에서는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분리하지 않듯이, 복음 전파와 이웃을 보살피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분리가 참된 선교를 왜곡한다. 그런 점에서 경쟁적인 교파 확장은 성공회의 길이 아니다. 공동의 선교 속에서 일치하는 일, 이것이 성공회의 선교 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