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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선교와 오늘 2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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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선교와 오늘 2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마지막회)

주낙현 신부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사제)

단일 교단인 세계 성공회의 규모와 여러 나라 성공회와 비교하면, 한국 성공회는 교세가 작은 교단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실천과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힘은 절대 작지 않다. 한국 성공회는 한국의 그리스도교 전래 초기 역사, 그리고 이후 한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복음화와 선교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 성공회는 1890년 영국 성공회 성직자 선교사들과 미국 성공회 의료 선교사의 입국과 선교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초기 선교사의 신학과 사목이 선교지 교회의 형성과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한국 성공회는 당시 영국 성공회 내에서 움트던 전통적 전례 회복 운동의 영향이 컸다. 이 성공회-가톨릭주의(Anglo-Catholicism) 전통은 예배와 사목의 형태뿐만 아니라 신학과 선교에서도 중요한 영성을 제공했다. 이 영성 전통에서는 개인과 사회를 구분하거나, 하늘과 땅을 나누는 사고방식을 넘어서서, 하느님의 창조 세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신앙을 중시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읍 성당)

한국 역사의 암흑기인 일제 식민지 시대를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걸었던 성공회는 1960년대에야 선교사 시대를 마감하며 처음으로 한국인 주교를 선출하여 성품했다. 이후 교회 일치 대화(에큐메니컬) 운동에 깊이 참여했고,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기였던 7-80년대에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애썼다. 당시 민중교회 신학과 실천을 깊이 경험하고 성찰한 성공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 ‘나눔의 집’이라는 신앙과 선교 공동체를 여럿 세워서 성공회 영성 전통을 실천으로 이어나간다. 한편, 성직자 양성 신학교에서 대학교로 발전한 성공회 대학교는 성공회 전통에서 길어올린 열림, 나눔, 섬김의 가치를 교육 이념으로 하여 사회와 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한다.

1993년에 독립 관구가 된 한국 성공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회원 교단이다. 전국을 세 지역으로 나눈 서울, 대전, 부산 교구와 세 명의 교구장 주교, 총 140여 개 지역 교회와 200여 개의 사회 선교 기관을 갖추어 선교 활동을 한다. 선교 초기부터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신앙과 신학의 토착화가 성실하게 이뤄졌으며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에서 깃든 아름다움을 현대 속에서 나누려 애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옥으로 지어져 지금까지 쓰이는 강화읍 성당이며, 서울 정동에 있는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의 서울 주교좌 성당이다.

세계 성공회는 1944년부터 여성을 사제로 서품했다. 성공회는 나라 관구마다 이 문제에 관한 결정권이 있어서, 여성 사제 서품은 홍콩에서 시작하여 미국 및 다른 관구로 확대되었고, 한국 성공회는 2001년에 첫 여성 사제를 서품했다. 현재 전체 성직자 200여 명 가운데 17명의 여성 성직자가 교회와 사회 선교 기관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성공회는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례 전통과 영성 전통을 ‘지금 여기서’ 되새기고 실천하는 교회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를 좀 먹는 이원론의 신앙과 이분법의 행태를 극복하고, 창조 세계 전체를 껴안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이다. 성공회는 이 선교 사명을 교회의 존재 이유로 삼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