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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영성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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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영성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5회)

 

주낙현 신부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사제)

그리스도교 영성은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 삶의 방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셨다. 그러므로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으셨던 삶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따르며 우리 자신을 비우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삶이다. 이 삶의 궁극적인 형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이다. 이것이 성서에 깊이 뿌리를 둔 영성이다. 성공회는 성서에 뿌리내린 영성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영성 전통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독특한 영성의 특징을 마련했다. 그것은 창조와 성육신의 영성, 성사와 신비의 영성, 그리고 공동체 영성이다.

성공회 영성의 기초는 창조와 성육신 사건이다. 성서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원적인 사건은 창조와 성육신이기 때문이다. 창조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구체적인 물질의 모습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하느님께서는 창조 세계를 보시고 감탄하셨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삶과 창조 세계가 ‘참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며 물질의 세계가 하느님이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믿는다. 창조와 같은 맥락에서 성육신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우리 인간의 삶과 역사에 들어오시는 사건이다. 그래서 창조와 성육신에 기초한 성공회 영성은 구름 위에 뜬 영성이 아니라, 땅에 발을 내디딘 영성, 다시 말해, 세계와 사회, 정치, 그리고 일상의 경험에 자리 잡은 영성을 강조한다.

성공회 영성은 성사와 신비의 영성이다. 창조와 성육신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만드신 세계 속에서 그 은총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성사적’(sacramental)이라는 말이 지닌 뜻이다. 성사적 영성이란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가 직접 몸으로 느끼고 참여하여 다양한 통로로 실천하는 영성이다. 특히, 예수께서 마련한 세례와 성찬례를 복음의 성사로 지키고, 교회 전통에서 발전한 다른 성사들, 즉 견진, 혼인, 화해, 치유, 서품의 성사를 실천한다. 이렇게 성사의 영성이 우리 삶과 겹치도록 노력한다. 신비는 이러한 영적인 훈련과 기도의 여정 속에서 삼위일체 하느님과 일치하는 경험이다. 그리스도교 전통의 많은 신비가는 이러한 영적인 여정과 진전을 보여주었고, 성공회는 그 경험과 전통 속에서 넓고 깊이 배운다.

성공회 영성은 공동체 영성이다. 공동 기도가 먼저 있고, 이 공동 기도가 개인 기도의 바탕이 된다. 기도는 인간을 하느님과 연결하고, 인간을 서로 연결하는 연대의 통로이다. 공동 기도는 하루(성무일도), 일주일(성찬례), 1년의 리듬(교회력)을 가지며, 이를 통해서 공동체의 삶을 훈련하고 확인한다. 또한, 성공회는 기도가 살아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과도 함께 연결해주는 행동이라고 믿는다. ‘성도의 상통’(the communion of saints) 교리와 전통이 바로 그것을 가르킨다. 이 공동체 영성으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이 이루신 친교의 신비를 교회 안에서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성공회 영성의 특성을 빚어내는 틀은 전례이다. 성무일도와 성찬례, 그리고 여러 성사의 예식을 담은 ‘공동 기도서’(the Book of Common Prayer)는 성공회 영성 훈련의 지침서이다. 이 영성 훈련인 전례를 통해 성공회 신자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몸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