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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전례 2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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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전례 2 – [기독공보] 세계교회 이야기 (7회)

주낙현 신부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사제)

성공회는 교회와 신앙의 실천을 전례(liturgy)로 드러내는 교회이다. 성공회 전례의 중심은 성무일도와 성찬례이다. 이 두 전례는 교회가 시작된 이래 그리스도교 영성의 가장 깊은 젖줄이다. 오늘날 여러 교단의 다양한 예배 모양도 이 두 젖줄에서 나왔다. 그래서 성공회는 성무일도와 성찬례를 바로 새기고 실천할 때 건강하고 깊은 영성을 품은 교회가 나온다고 확신한다.
성무일도(聖務日禱)는 매일 시간에 맞춰 드리는 기도를 뜻한다. 그리스도교 초기의 매일 기도는 참여자와 열리는 장소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었다. 하나는 교회에서 드리는 매일 기도요, 다른 하나는 수도원에서 드리는 매일 기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 전통의 매일 기도는 대부분 사라지고 수도원 전통의 성무일도만 살아남았다.

성공회는 종교개혁 시절에 성무일도를 다시 교회의 예배로 회복했다. 전례 개혁가 토마스 크랜머 대주교는 수도자의 전유물이 된 성무일도를 대폭 개정하여 모든 신자가 사용하도록 했다. 아침의 여러 기도를 종합해서 아침 기도[조도:朝禱), 저녁과 밤의 여러 기도를 엮어서 저녁 기도(만도:晩禱)를 마련했다.

성무일도의 세 가지 구성 요소는 말씀 읽기와 찬양, 그리고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도이다. 교회에서는 찬양에 좀 더 강조점을 두었지만, 수도원에서는 말씀 읽기를 강조하곤 해서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가 도드라졌다. 세상과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순서는 늘 성무일도의 주요 내용이었다. 1930년대 주일 성찬례 회복 운동이 있기 전까지, 성공회에서 아침기도는 오랫동안 주일 아침 예배의 바탕이었고, 저녁기도는 성가대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노래 예배(이븐송: evensong)로 자리 잡아 성공회 영성을 키웠다.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핵심이다.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를 기뻐하며, 그 부활 사건을 통해서 이루신 구원에 감사하는 공동체 예배(유카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이 감사의 예배는 성무일도의 세 요소인 독서, 찬양, 기도를 포함한 ‘말씀의 전례’, 그리고 감사의 성찬기도와 영성체를 담은 ‘성찬의 전례’로 이뤄진다.
이 예배의 순서는 교회가 무엇을 하는 공동체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교회는 ‘모여서’(모임 예식) ‘말씀’을 듣고(말씀의 전례) ‘성찬’을 먹고 마시며 변화되어(성찬의 전례) 흩어지는(파송 예식) 공동체이다. 그래서 성공회는 성찬 교리에서도 어떤 교리적 입장을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성찬례에 몸으로 참여하여 변화되는 경험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처럼 ‘매일’의 성무일도와 ‘주일’의 성찬례는 우리 삶을 새로운 시간으로 나눠 주기적으로 기도하게 한다. 이 주기적인 리듬감에 따르는 기도가 교회의 전례 생활이다. 성공회 사제요 시인이었던 조오지 허버트 신부(1593-1663)는 성공회 영성이 매일의 찬양, 말씀 읽기와 기도, 그리고 주일의 성찬례에 기초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교회력에 담긴 구원의 역사라는 새로운 시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일이 우리를 봉헌하는 삶이라고 가르쳤다.
“그저 하루만이 아니라, 칠일 동안 내내 / 내가 주님을 찬양하리니 / 내 비록 하늘에 있지 않더라도, 마음을 들어 / 주님께 올리리라.”
이렇게 시간의 리듬과 구조에 맞춘 기도와 전례 생활이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