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임종호신부 칼럼 성공회- 가족교회의 자랑과 반성

성공회- 가족교회의 자랑과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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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공회는 가족교회다. ‘가족교회’라는 표현이 깊은 분석이나 학문적인 개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성공회가 가족교회라는 인식은 한국성공회의 성격을 잘 이해하게 해주고 나아가 선교의 방향을 가늠하는 일에도 유익하리라고 본다. 


쉽게 경험하는 것은 우선 신자구성의 문제이다. 성공회의 어느 본교회나 몇 대째 성공회신앙을 이어오는 집안의 교우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교구나 관구 차원에서 일종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룬다. 조금 대화를 나누다보면 누가 누구의 친인척인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분위기의 문제이다. 본교회는 물론 선교교회도 “우리교회는 가족적인 분위기라서 참 좋다”고 자랑하곤 한다.  


이런 구성과 분위기는 실제 교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전통적인 전도구(parish) 개념이 붕괴된 현상은 ‘거주하는 지역교회’에 출석하는 원칙보다 흩어져 살던 ‘가족, 친지가 주일에 모일 수 있는’ 특정교회를 골라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신자들의 태도변화가 원인중의 하나다. 교회의 규모도 친밀한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는 한계인 150명 이상의 교회가 많지 않다. 도시교회조차 대부분의 교회는 30명에서 100명 사이의 규모다.  


‘성공회 집안’, ‘가족적인 분위기’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실로서 장점도 많다. 이를테면 성공회의 경우는 작은 규모의 교회가 문을 닫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일정 부분 가족교회적인 성격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 또한 물량위주의 급속한 교회성장과정에서 신앙적 소외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성공회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분명 소중한 대안이다. 성공회는 신자를 출석숫자와 헌금액수로 환원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영적 가족으로 맞이하고 깊은 사귐과 위로와 생활을 나누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바, 이는 매우 자랑스럽게 살려나갈 장점이다. 


그럼에도 선교적인 관점으로 볼 때 가족교회라는 성격은 신중한 반성과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새로운 신자가 진심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은연중 형성되어 있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교회는 결코 닫힌 공동체일 수 없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열린 공동체이다. 초대교회는 박해의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신자를 맞이하는 일을 미루지 않았다. 사도신경을 통해 우리가 고백하는 공교회(公敎會)는 공기업, 공무원 운운할 때의 공(公)자가 의미하는 관료조직(뷰로크라시)의 의미가 아니다. ‘가톨릭(catholic)’이 뜻하는 ‘공번(公繙,共繙)되다’는 의미는 ‘보편적(普遍的)’이라는 뜻이고 우리 말로는 ‘열려있다’는 뜻에 제일 가깝다. 교회는 인종, 계급, 지역,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기존의 교인들끼리 아무리 영적인 교제가 깊고 인간적인 사귐이 돈독하다 하더라도 새로운 성원에게 닫힌 공동체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심각한 위기상황인 것이다.  


사실 교회는 새로운 의미의 가족이고 무엇보다 영적인 가족이다. 가족교회로서의 성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나라를 선취하고 증언하고 선포하는” 교회의 본분이다. 성공회에 기대를 가지고 온 새신자가 성공회의 선교적 내용과 열정을 분명히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된 신자들 끼리끼리 물려받은 신앙의 형식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만을 보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성공회가 더욱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으로 영적이고 선교적인 가족교회가 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008. 9. 7 성공회신문 논단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