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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신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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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찬양을 인도할 일이 있어서 내동교회에 갔던 적이 있다.
모임 시작 시간 한시간 전쯤 도착해서 숨 좀 돌릴 겸
먼 산을 보고 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건너편 언덕의 오래된 천주교 성당이었다.
 
참 예쁜 건물이었다.
70년가량 되는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오며
예배와 교제의 터전이 되었을 그 건물이 멋져 보였다.
 
건너편 언덕을 성당을 향했던 눈을 조금 내렸을 때,
육중한 느낌의 내리교회 교회당이 보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교회인데,
예전의 건물이 보존되어 있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두 건물사이로 눈동자를 움직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예수를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동네에
왜 교회당이 또 필요한가.
아니, 그런데 왜 교회당이 두개나 있어야 하는건가.’
 
오랜 시간 대화를 멈춘 상태에서 어쩌면 그 두 교회는
자신들이 같은 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도 잊고
서로를 경쟁자 혹은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도전승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이단과 정통이라는 렌즈로
그들은 상대방과 자신을 구분하려 하지는 않았을까.
다른 용어를 쓰고, 다른 방식의 예배를 드리고,
다른 번역의 성서를 쓰면서
이들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지 않았을까.
 
그 두 공동체가 실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한국 교회에서 자라나면서 본 사람들은 그랬었다.
서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너무 달라서
예수님을 찬양하는 노래 한 곡 같이 부르기가 그렇게 힘들고,
한쪽의 사람들은 다른 쪽 사람들이 예배하는 방식을 평가절하하며
‘개신교 예배는 너무 가볍다’, ‘천주교 미사는 우상숭배다’ 등의 말로
자신이 속한 전통을 높이기에 급급했었다.
 
대화. 공감.
 
이것들은 그 언덕 위에, 성공회 신자로 서 있는 내가
교회 전통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었다.
 
내가 속한 교회는 나를 어느 공동체와도 어울려 예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 주었다.
천주교 미사에 참석해서 함께 성호를 긋고,
어설프지만 그들의 영광송을 더듬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게,
또 개신교인들과 함께할 때에는
눈을 감고 손을 든 채 예수님을 묵상할 수 있게.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언어를 모를 때에 통역자가 될 수 있게.
 
성공회 신자로 산다는 것은
어느 특정한 교파에 속한 사람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공회 신자로 산다는 것은
지구상의 온 교회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로서 산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온 교회로 하여금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를 기억나게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의미이다.
 
적어도 나는, 성공회 신자로서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