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선물 – 빵과 물고기

[심오한 삶의 발견]선물 – 빵과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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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삶의 발견]선물 – 빵과 물고기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사도들이 돌아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예수께 낱낱이 보고하였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 하고 말씀하셨다.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들은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예수의 일행은 배를 타고 따로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일행이 떠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예수의 일행이라는 것을 알고는 여러 동네에서 모두 달려나와 육로로 해서 그들을 앞질러 그 곳에 갔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 군중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 여러 가지로 가르쳐주셨다.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여기는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 먹도록 농가나 근처 마을로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자 제자들은 “그러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 어치나 사다가 먹이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빵이 몇 개나 되는가 가서 알아보아라.” 하셨다. 그들이 알아보고 돌아와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군중을 풀밭에 떼지어 앉게 하라고 이르셨다. 군중은 백 명씩 또는 오십 명씩 모여 앉았다. 예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조각과 물고기를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며 먹은 사람은 남자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다. 마르 6,30-44

2천년 전 이스라엘의 살림살이는 아주 열악했습니다. 밥 한 끼를 먹으면서도 하느님께 간절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정도였습니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인간의 평균수명도 불과 40-45세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런 환경이었으니 예수님이 크게 한 턱 내신 날 모두들 최선을 다해 먹었을 겁니다. 먹다먹다 남긴 음식물(12광주리)이 있었다니 얼마나 만족한 식사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서에는 음식을 먹은 성인 남성만 5천명이었다고 하는데, 따라간 어린이와 여성들까지 합친다면 만 명은 훌쩍 넘었을 겁니다.

제자들은 “저희가 가서 빵을 200데나리온 어치나 사다가 주란 말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한 데니리온에 빵이 12개였고 빵 하나는 3인분이었으니 모두 7200명분의 식사가 됩니다. 척 보고 사람 숫자를 계산해낸 제자들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구약성서시대에도 예수님과 비슷한 기적이 있었습니다. 엘리야가 사렙다 과부에게 음식기적을 보여주었을 때는 한 가족에 불과했습니다(1열왕 17,8-16). 그런데 예수님은 만 명도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였으니 상대도 안 될 정도의 기적을 베푸신 셈입니다. 예수님이 베푼 음식 기적이 이야기하려는 바는 예수님의 능력이 그만큼 거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그런 능력은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남미의 어느 신학자는 이 기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저마다 숨겨온 음식들을 다 내놓았고 그렇데 모은 음식을 나누니 12광주리나 남을 정도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기적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게 진정한 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 대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예수님 주변에 있던 이들은 그 날 아주 구체적인 선물을 받았습니다. 배불리 먹었고 그 기적을 통해 예수님의 정체를 깨닫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기적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