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약속 – 큰 잔치

[심오한 삶의 발견]약속 – 큰 잔치

739
0
공유

[심오한 삶의 발견]약속 – 큰 잔치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루가 14,15-24 같이 앉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이 말씀을 듣고 “하느님 나라에서 잔치 자리에 앉을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잔치 시간이 되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자기 종을 보내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오라고 전하였다.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으며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심부름 갔던 종이 돌아와서 주인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집주인은 대단히 노하여 그 종더러 ‘어서 동네로 가서 한길과 골목을 다니며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 절름발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하고 명령하였다.
얼마 뒤에 종이 돌아와서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고 말하니
주인은 다시 종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러면 어서 나가서 길거리나 울타리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도록 하여라.
잘 들어라. 처음에 초대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내 잔치에 참여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큰 잔치가 열리는 경우는 왕이나 귀족이 무엇인가 기념하기 위해서이고, 일반가정에서는 딸의 결혼잔치가 있습니다. 계속 먹어대고 마시는 통에 잔치가 일주일씩이나 지속되었다니 여간 부자가 아니고는 잔치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서민들의 경우, 혼인잔치 한번 하고 나면 기둥뿌리가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앞뒤 상황을 보건대 서민들의 잔치는 아니고 상당한 재력가의 잔치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자캐우스의 잔치가 그랬을 겁니다. 예수님을 모시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사람을 가려 초대할 리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또 한 가지, 큰 잔치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잔치를 두고 종말에 이루어질 메시아잔치에 견주곤 합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마지막 날이 되면 이제껏 없었던 엄청난 잔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이 잔치에 초청되어 한 상 잘 받을 겁니다. 그러나 종말 심판이 겸하여 이루어지는 잔치이기에 초대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분명한 차별이 있을 겁니다. 역시 예수님의 비유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원래 잔치의 분위기는 흥겨워야 합니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삶의 환희를 마음껏 맛보는 자리입니다. 만일 성의껏 준비한 주인의 의사와 달리 초대받은 손님이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면 잔치의 흥이 깨질 겁니다.

잔치는 철저하게 잔치를 베푸는 주인의 맘대로 이루어집니다. 손님이 나서서 잔치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절름발이와 소경과 불구자들은 평소부터 잔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주인은 기꺼이 그들을 초대합니다. 찬지 자리는 사람들로 붐벼야 흥이 더욱 살아나니 말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하느님 나라의 성격을 멋지게 알려줍니다. 그 날에는 손님들 사이에 뚜렷한 선이 그어질 겁니다. 잔치의 주인인 하느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은 잔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