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바람 – 영광스런 변모

[심오한 삶의 발견] 바람 – 영광스런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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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삶의 발견] 바람 – 영광스런 변모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서 예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하나는 모세를, 하나는 엘리야를 모셨으면 합니다.” 하고 예수께 말하였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겁에 질려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엉겁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바로 그 때에 구름이 일며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자들은 곧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예수와 자기들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오시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때까지는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서로 물어보다가
예수께 “율법학자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과연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놓을 것이다. 그런데 성서에 사람의 아들이 많은 고난을 받고 멸시를 당하리라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이겠느냐?
너희에게 말해 두거니와, 사실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엘리야는 벌써 왔었고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다.”
마르 9,2-13

구약시대로부터 유대인은 산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산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면에는 단순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산은 높은 곳이니 그만큼 하느님과 가까운 곳이라는 겁니다. 쉽게 바벨탑 이야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산이란 인간이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이자 하느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계시에 장소입니다.

구약시대의 사고방식은 그대로 신약시대로 옮겨졌습니다. 특히, 마태오복음에서 그런 현상이 뚜렷한데 예수님은 산에 올라가 설교를 하시고(5-7장), 산에 올라가 제자들을 파견하는 내용(28,16-20)으로 복음서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 정도면 산이 갖는 의미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산으로 가십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세상 어떤 발광체보다도 환한 빛을 내셨고 세 제자는 그만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인간이 눈이 머는 빛의 온도가 보통 2천도라고 합니다. 바울로에 눈에 들어왔던 빛의 충격이 그 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눈이 멀고 말았지요. 예수님이 빛을 내셨다는 것은 평소에 지니셨던 인간 모습의 떨쳐내고 당신의 원 모습을 드러내셨다는 뜻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앞에서 산이 그런 장소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끼고 사랑하던 제자들 앞에서 예수님은 빛에 싸인 자신을 보여 주십니다. 일종의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의 말상대를 했다는 보도입니다. 장 알다시피 엘리야는 죽지 않고 하늘로 바로 올라간 인물이고 모세 역시 (전설에 따르면)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친구가 되어 말씀을 나누어 마땅합니다. 하느님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이들(모세, 엘리야)이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 분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그걸 알면 이미 하느님의 영역으로 넘어간 사람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절대 몰라야 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제자들은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예수님이 죽은 이 가운데서 다시 살아날 때 까지는 침묵을 지키라는 것이지요. 변모산 이야기의 핵심에는 부활 사건이 들어있다는 말입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의 뜻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깨달음이 올 때 까지 그들은 아직 기다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