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의지하기 – 포도나무

[심오한 삶의 발견] 의지하기 – 포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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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삶의 발견] 의지하기 – 포도나무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모조리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잘 가꾸신다. 너희는 내 교훈을 받아 이미 잘 가꾸어진 가지들이다.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마라. 나도 너희를 떠나지 않겠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는 가지가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나에게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 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듯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을 같이 나누어 너희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다 알려주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실 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요한 15,1-17

이 비유는 요한복음의 교회론을 보여주는 비유로 유명합니다. 예수님과 공동체의 유기체적인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는 위로 뻗지 않고 땅으로 자랍니다. 따라서 가지가 타고 갈 수 있도록 얼기설기 지붕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어떤 가지들은 포도를 내지 못하고 그저 자라기만 합니다. 그렇게 쓸모없는 가지를 쳐내어 좋은 열매 맺는 가지 쪽으로 물과 영양분을 몰아주는 기술이 바로 농부의 몫입니다. 본문에서는 하느님이 농부이고 예수님은 포도나무이며 우리는 가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물 하나하나마다 숨은 뜻을 찾아내는 문학양식을 정확히 ‘우화’로 분류하지만 우리는 그저 모두 뭉뚱그려 ‘비유’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잘려나가는 처참한 운명에 빠진 가지가 되지 않기 위해 나무에 꼭 붙어있으라고 충고합니다. 그것이 이 비유의 가르침입니다. 정작 중요한 가르침이 비유에 이어 나옵니다. 나무에 붙어 있으려면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야 하는데 그 계명은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시오.”(12절)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한 방식을 판단하는 기준은 십자가입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사랑입니다. 그렇게 사랑을 받은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예수님의 벗이 되는 겁니다. 벗과 종은 판이합니다. 종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모르나 벗은 그 일을 압니다. 하느님의 일을 우리에게 알려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일을 알려주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영역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존재 방식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이는 모두 우리를 벗으로 대해 자신의 존재를 나누어준 예수님의 덕분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는 피와 살이 통하는 한 몸입니다. 예수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우리 가지들도 한 몸입니다. 한 몸끼리 서로 사랑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포도나무 비유에서 진짜로 매력적인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