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십자가-예수님의 죽음

십자가-예수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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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예수님의 죽음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낮 열두 시부터 온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세 시쯤 되어 예수께서 큰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이다. 거기에 서 있던 몇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저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고 있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중의 한 사람은 곧 달려가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 끝에 꽂아 예수께 목을 축이라고 주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만두시오.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 주나 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한 번 큰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바로 그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이 열리면서 잠들었던 많은 옛 성인들이 다시 살아났다.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에 거룩한 도시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에게 나타났다.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지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하며 몹시 두려워하였다. 또 거기에는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께 시중들며 따라온 여자들이었다. 그 중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있었고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었다. 마태오의 복음서 27:45-56

예수님이 돌아가시던 죽음의 현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번 꼽아 볼까요?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제배대오 아들들의 어머니, 그 외의 많은 여자들,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차출된 백부장과 부하들, 식초를 해면에 적셔 예수님에게 준 이, ‘엘리야를 부르네.’라고 한 이, 그 말을 받아 ‘엘리야가 그를 구해주나 봅시다.’라고 한 이 등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남성 제자들은 다 도망을 갔는데 끝까지 좇아간 여성들은 그 불굴의 믿음이 돋보입니다. 남성들 보다 믿음이 낫습니다. 백부장은 사형을 집행하는 로마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봅니다. ‘참으로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는 훌륭한 고백을 합니다. 해면에 식초를 적셔준 이는 예수님의 처지를 가련히 여겼을 겁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식초라도 한 모금 드시게 해야지. 갸륵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절박한 외침을 ‘엘리야’로 들은 사람들은 귀가 나쁘던지, 지레짐작을 일삼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한 치의 동정심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마치 TV에 나와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잘 모르면서 추측으로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해설위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라는 절박한 외침을 하셨습니다. 글자그대로 ‘내 하느님(엘-이)), 내 하느님(엘-이), 왜(레마) 나를 버리십니까(사박단-이)?’‘입니다. 이는 시편 22편의 첫 구절로 당시 관습으로는 첫 구절만 외우면 해당 시편을 다 읊은 것으로 간주하는 전통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찬양시편 중 하나를 외운 셈입니다.

본문을 살펴보니 ‘엘리야 운운’ 한 사람들이 얼마나 냉정한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곧 숨을 거둘 사람 앞에서도 한 치의 동정심을 아끼고 오히려 비웃기까지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