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말씀과 신앙나눔 연중 27주일(다해) 강릉교회 주일 설교문

연중 27주일(다해) 강릉교회 주일 설교문

742
0
공유

말씀을 묵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이 내 앞에 찾아오신다면 나는 무엇을 구할까? 솔로몬처럼 지혜를 구할까? 사도들처럼 믿음을 구할까? 어린 시절 읽었던 ‘세 가지 소원’의 이야기처럼 순식간에 제 머릿속은 수많은 바라는 것들로 가득 찼습니다. 돈, 명예, 건강…. 잠시 호흡을 가라앉히고 다시 주님 앞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오늘 복음성경에서는 매번 잘못된 것을 구하거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과는 달리 사도들이 참 좋은 것을 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교인들이 성공, 재산, 명예, 출세등의 축복을 구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더욱 좋은 것을 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믿음”을 더하여 달라는 간청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참 좋은 간구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을 통해 그들의 잘못이 드러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믿음에 더하여 믿음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믿음은 계량할 수 없는 것인데 불구하고 제자들은 더 큰 믿음, 더 굳건한 믿음, 더 많은 믿음을 구합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말로 바꾼다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주님 제가 믿음이 있어서 지금 이만큼이라도 예수님을 선택하고 잘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 이만큼 했으니 좀 더 큰 믿음을 주셔서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시죠!”

    

사실 제자들이 바란 것은 믿음이 아니라 축복, 보증 그리고 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대답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너희는 스스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너희는 믿음이 없다. 너희는 더 많은 것을 구하지만 너희가 구하는 것 자체가, 방향이, 목적이 틀렸다. 너희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라고 하는 상대적인 양을 중요시하지만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믿음은 너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마치 작은 겨자씨 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너희의 질문에 담긴 그 헛된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너희는 결코 참된 믿음을 얻을 수 없다.”

    

한 주 내내 ‘믿음’이 무엇인지 주님 앞에 머물며 묵상했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여러 이미지가 있고 스스로는 그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설명하려고 하니, 참 어려웠습니다.

    

“믿음은 진리를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진리를 통해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믿음이란 참된 진리를 아는 것에서 시작되어 그 진리대로 살아가는 것, 하느님과 동행하는 인간의 총체적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다.”

    

토마스 머튼신부는 믿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믿음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진리에 대한 생각만으로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진리 자체이신 분(예수님)께 우리 전 존재를 바치는 것이다.”

    

참 좋은 것을 구한 것 같았던 사도들은 언제나처럼 주님께 같은 것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 저를 가장 높은 자리 곧 예수님 바로 아래에 앉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보다는 제가 높을 수 없지만 그 어떤 다른 사람보다 높은 곳에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너희는 높은 자리를 원하고, 다른 이들보다 더 낫다고 하는 인정을 바라고, 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높아지려고 하지만, 나의 길은 낮아지는 것이다. 나의 길은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며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섬기는 일이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이 길을 걸어 나와 함께 가야만 한다.”

    

결국 이어지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그러한 섬김과 겸손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너희는 칭찬을 받기 위해, 인정을 받기 위해,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삶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참된 삶을 묵묵히 실현해 내는 것이다. 그것이 너희가 바라는 ‘믿음’이다.”

    

믿음은 참된 삶의 시작이며 기초이며 그것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 앞에 서는 것, 나의 삶을 주님께 맡기며 그분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참된 믿음은 세상의 핍박과 비난 그리고 조롱을 이겨냅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길을 가는 주님을 조롱하는 소리와 날아드는 돌멩이, 그리고 채찍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믿음’의 능력입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그 큰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시며 심지어 그 고통의 순간에 세상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이 바로 참된 ‘믿음’의 증거입니다. 그리고 성서는 이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생명을 얻으신 주님의 모습 이것이 바로 믿음의 ‘소망’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 무엇을 바라고 계십니까?

    

한없이 연약한 저는 오늘도 주님 앞에 그저 “믿음”을 구합니다. 내 힘으로는, 내 능력으로는, 내 의지로는 할 수 없는 포기와 비움을 주님 앞에 구합니다. 생각 속에서는 그리고 입으로는 하느님이 나의 주님이라고 하면서 주인의 자리에 스스로 앉아있는 모습의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드릴 수 있도록 그저 믿음을 구합니다.

    

믿음은 내가 무엇을 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주님의 은혜로 받게 되는 귀한 선물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버리고 비우고 낮출 수 있습니까? 어찌 말 한마디로 뽕나무가 뽑혀 바다에 심어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를 만나주시고 참된 믿음의 자리로 초대해 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그분의 능력 앞에 ‘아멘’으로 응답하며 그 분을 만나는 귀한 은혜가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있기를 축원합니다.

주님 당신을 제게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