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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7주일, 장기용요한 신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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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만의 세상

옛날 어느 착한 며느리가 부엌에 쥐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는 쥐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쥐들이 먹을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주었습니다. 쥐는 그 음식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가 부엌을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랑 똑 같은 사람이 부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쥐가 둔갑을 한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당연히 누구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기가 이 집 며느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이서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옥신각신하는데 식구들도 이를 보고서 놀랐습니다. 누가 진짜인지 구분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생각 끝에 부엌에 있는 그릇 수와 숟가락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진짜 며느리는 금방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가짜는 정확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쥐는 부엌을 이리저리 구석구석을 매일 돌아다니며 숫자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진짜 며느리는 쫓겨나게 되었고 길거리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스님이 왜 그렇게 슬피 우냐고 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스님은 오늘 밤에 고양이 한 마리를 안방에 들여놓으라고 하고서는 떠났습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고양이 한 마리를 안방에 들여놓았더니 잠시 후 우당탕 쿵탕 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조용해졌습니다. 무슨 일인가 식구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큰 쥐가 뻗어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쥐가 둔갑한 가짜를 진짜 며느리로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진짜 부인도 몰라본 것을 크게 뉘우쳤습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가짜 정치인, 가짜 선생, 가짜 성직자, 가짜 공직자… 자기의 소명을 다하는 진짜를 만나기가 더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주인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뒤집어집니다. 정의도 평화도 사라지게 됩니다.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이전투구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이 세상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성서는 당연히 창조주 하느님이라고 명백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잠시 이 세상에 머물기를 허락 받은 나그네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고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삽니다.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 한 바벨탑 사건은 오히려 순진한 일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하느님 없이 사는 것이 더 행복하고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피조세계인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자원을 낭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살기보다는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여러 가지 하느님 나라의 비유를 설명하셨는데 의외로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는 인간의 나라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인간들만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포도원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날품팔이 하던 사람들에게 땅이 생기고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축복입니다. 요즘 청년 실업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포도원 주인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질책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작인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고 먼 길을 떠납니다. 이는 이 세상을 인간에게 맡기고 하느님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소작인들은 주인이 없는 동안 처음에는 매우 감사하게 일도 열심히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소출이 날 무렵이 되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감사한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자기가 가꾼 농작물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주인이 몽땅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도조를 내라고 하는 것뿐인데 소작인들은 이것마저도 주기가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아예 통째로 포도원을 가져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보낸 심부름꾼들을 두들겨 패서 죽였습니다. 심부름꾼들이 함흥차사가 되어 돌아오지 않자 이제는 아들을 보냅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보냈지만 이들을 핍박한 유대인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보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예수님마저도 핍박하고 십자가에 매달아 죽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고자하는 인간의 교만과 욕심을 보여줍니다. 과연 인간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인행세를 해도 괜찮을까요? 모두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로움이 없고 사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0월 5 연중 27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