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말씀과 신앙나눔 연중 28주일 10월 13일, 강릉교회 설교

연중 28주일 10월 13일, 강릉교회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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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을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블린 언더힐이라는 영국 성공회 교인이며 영성 신학자가 있습니다.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 분의 책을 읽었는데, 한 구절이 제 마음에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높은 길은 발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갈망으로 달리는 길이다.
    
갈망이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한 구절을 통해 내가 하느님 앞에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 분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지식이 많고, 선행을 많이 하고, 하느님을 위한 봉사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전에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실패는 다시 저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게 했습니다. 하느님을 바라는 일이 저를 더 깊은 어둠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그저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나”를 원하시는 것인데, 저 스스로는 계속해서 괜찮은 “나”로 포장해서 주님 앞에 서려고 했던 것입니다. 진짜 내가 아닌 거짓 나로 하느님 앞에 설 때, 어떻게 진실한 관계가 시작되겠습니까? 진실하게 주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나의 모습 그대로 주님과 만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완벽한 사람을 찾지 않으십니다. 연약하고 은혜가 필요한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무엇보다 주님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변함없고 영원하며 놀라운 그 사랑을 날마다 경험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언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까? 주일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을까요? 성직자가 집전하는 예전을 통해서만 가능합니까? 터가 좋은 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까? 40일 금식을 통해서입니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시며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하는 자가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좀 더 풀어보면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에 그 분을 진정으로 갈망하며 참되게 내가 바랄 때 그 분은 우리를 만나 주신 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신학자의 표현처럼 하느님 그분은 모든 존재의 토대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순간에서 그 분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의 거룩함” 이것이 바로 오늘 제가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첫 주제입니다.
    
일상의 거룩함. 기독교의 특징 중 하나는 역설적 통합입니다. 구두인신부님이라는 분이 계신데, 이분은 신학자이고 성직자였는데 한국에 오셔서 오랫동안 성공회 사제로, 신학교 교수로 사역을 하셨습니다. 이분이 쓰신 책이 있는데, 성공회의 특징입니다. 이 책에서 구두인신부님은 “나는 왜 성공회인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구두인신부님의 고향인 미국 남부에도 성공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수 많은 교단 중에 왜 성공회인가를 고민하면서 그 답을 적으신 책입니다. 그 중심이 바로 기독교의 특징이 “역설적 통합”이며 성공회의 비아메디아(중용)가 바로 이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하십니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부유하고, 버렸지만 얻었고, 죽어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감사성찬례는 거룩과 친교 즉 구별과 통합의 축제입니다. 그리고 이 예식을 통해 우리는 각자 다름 가운데 하나가 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거룩하다고 하는 것은 특별하게 구별되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일상의 거룩함”은 역시 역설적 표현입니다. 거룩함은 일상과 반대되는 의미입니다. 모세는 이집트의 왕자였다가 사람을 죽이고 광야로 도망을 쳐서 그곳에서 목동으로 40년을 지냈습니다. 40년이면 그 지역을 아주 잘 알았을 것입니다. 유목은 정해진 길을 따라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늘 지나던 곳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 그 불이 계속 타고 있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하느님이 모세를 부르시고 소명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모세에게 명하신 것이 ‘신을 벗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세의 일상의 삶이 거룩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여기서 신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자기중심의 사고입니다. 신을 벗게 되었을 때,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을 때, 그 때 우리의 일상이 거룩함이 됩니다. 우리의 모든 말, 모든 몸짓, 모든 관계가 다 거룩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따라 사는 사람이 됩니다.
    
  평범한 식탁에서의 교제가 모든 사람을 살리는 은혜의 자리가 되고, 저주와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가 생명과 구원 그리고 영광의 상징이 된 것처럼 이제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고,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이 거룩함이 됩니다.
    
오늘 예수님을 만난 나병환자들은 예수님을 찾아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들을 만나기 위해 그 곳을 지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자신의 사역을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길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일상의 삶의 한 가운데 예수님께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 때 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님께 애원했습니다.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으로 인해 “나음”을 입었습니다.
    
여러분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어떤 기도에 응답하셨습니까? 기도에 응답을 받은 경험이 있으십니까?
    
최근 대한성공회에서 기도수첩을 발행하고 기도를 적는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기도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했을 때 놀라운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나는 잊어버렸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이루어주셨다는 놀라운 간증들이 계속 나타납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했을 때, 무엇인가 갈망할 때 주님을 붙잡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10명의 사람들 중 단 한사람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감사가 더 놀라운 기적으로 이어집니다. 육체의 건강 뿐 아니라 “구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이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갑니다. 하느님을 경험하는 곳은 바로 우리의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거룩하게 할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거룩함을 전하게 됩니다. 거룩한 일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룩한 일상을 사는 것은 바로 모든 순간 하느님과 동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거룩함을 사는 것은 하느님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 나가는 것입니다.
    
영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작은 것에서 하느님을 발견합니다. 큰 일이 일어나서 작은 은혜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태도라면, 깊은 영성의 소유자는 작은 일에서 큰 은혜를 경험하는 태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오늘 나병환자처럼 찬양과 감사가 가득한 삶이 됩니다. 우리 주변을 보십시오. 비슷한 처지에서도 얼마나 다른 반응이 나옵니까? 반 남은 물을 보고 어떤 이들은 “이것 밖에…”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이렇게 많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을 고요함 속에 머물게 하시고 그 침묵 가운데서 하느님을 깊이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여러분의 삶에 이루신 하느님의 은혜를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함께 하시며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를 통해 놀라운 일들을 하실 하느님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날마다의 삶 가운데 하느님을 발견하게 될 때, 모든 문제들이 변화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의 축복이 우리의 삶 가운데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어디에서 만납니까? 바로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의 한 가운데서 만나게 됩니다. 어떻게 만납니까? 기억하는 것으로 만납니다. 늘 우리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신 그 분을 잊지 않는 것이 신앙의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도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오늘 예배 가운데, 여러분의 삶의 한 가운데서 발견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