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다시 출발 – 간음한 여인

[위기관리]다시 출발 – 간음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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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다시 출발 – 간음한 여인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예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셨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또다시 성전에 나타나셨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그들 앞에 앉아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그 때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앞에 내세우고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예수께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그들이 하도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버리고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아 있었다. 예수께서 고개를 드시고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8,1-11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용서한 이야기는 요한복음에만 나옵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상황을 묘사한 뒤 말씀으로 끝나는 ‘상황어’(아포프테그마)입니다. 상황어의 강조점은 말씀에 있습니다. 즉, 말씀의 의미를 정확히 하기 위해 앞의 상황이 붙어있는 겁니다.

이스라엘에는 네 종류의 사형방법이 있었습니다. 돌로 때려죽이기, 목 졸라 죽이기, 목 잘라 죽이기, 불 태워 죽이기. 그 중에서도 돌로 때려죽이기는 가장 널리 행해지던 사형 방법으로 특히 현행범에게 적용되었습니다. 재수 없게 남에게 걸린 경우라는 말입니다.

어느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인이 간음 현장에서 잡혀왔습니다. 여인은 현행범이었기에 돌로 쳐 죽여야 마땅합니다. 그 외에도 돌로 쳐 죽일 죄는 계모, 며느리, 남자, 짐승, 짐승을 데리고 자는 여자와 교접한 자 등이 있습니다. 돌로 쳐 죽이는 것은 성관련 범죄를 다스리던 일반적인 형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형벌은 거룩한 도시 안에서는 행해질 수 없기에 성문 밖 후미진 곳에서 행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예루살렘 성문밖에 돌무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인은 돌에 맞아 죽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크나큰 용서로 죽음을 면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당시 율법을 정면으로 거슬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작 눈에 띄는 점은 예수님이 여인을 용서하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용서했을 뿐입니다.

용서는 그래야 하나 봅니다. 앞뒤 사정 따지지 않고, 용서받는 이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그저 죄인을 평안하게 해 주면 되는 겁니다. 그 죄를 지는 사실 자체로 이미 그는 충분한 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용서에 인색합니다. 그리고 만일 용서를 해도 무엇인가 여운을 남기거나 자신이 아주 어렵게 용서했다는 사실을 내세워 생색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용서를 하면 용서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겁니다. 예수님의 용서법을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