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실패 – 베드로의 부인

[위기관리]실패 – 베드로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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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베드로의 부인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그 동안 베드로는 바깥 뜰에 앉아 있었는데 여종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무슨 소린지 나는 모르겠소.” 하고 부인하였다. 그리고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나자렛의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조금 뒤에 거기 섰던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오며 “틀림없이 당신도 그들과 한 패요. 당신의 말씨만 들어도 알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잡아떼었다. 바로 그 때에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의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몹시 울었다. 마태 26,69-75

예수님이 돌아가신 직후부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는 그분의 수난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던 이야기가 자리를 잡았고 드디어 우리가 복음서에서 읽는 형태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크게 보아 30-70년의 상황입니다. 완성된 ‘수난사화’를 보면 ‘서사문학’(narrative)을 연상시킵니다. 우리식으로는 ‘구비문학’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베드로의 배신 이야기는 비단 마태오복음뿐 아니라 네 복음서에 모두 실려 있으며, 이는 크게 보아 ‘수난사화’에 속합니다. 즉, 복음서가 씌어졌던 시절에 베드로의 배신 이야기가 그리스도 교회에 널리 퍼져있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베드로의 배신 이야기는 예수님이 부활⋅승천 한 직후부터 교회에 나돌기 시작했으며 당사자였던 베드로도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능합니다.

게쎄마니에서 체포된 예수님은 곧장 안나스의 집으로 호송되어 재판을 받습니다. 원래 산헤드린의 공식적인 모임장소가 예루살렘 성전 내에 있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예수님의 사안이 대단히 급하게 처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밤중에, 안나스의 사저에, 의원들을 급히 불러 모아, 새벽에는 빌라도에게 넘겼고, 그날 오후 12시 경에는 이미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 동안에 일사천리로 사형을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에게서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겁니다. 그런 상황을 짚어볼 때, 베드로가 안나스의 집까지 예수님을 쫓아간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한 셈이었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이 이야기가 치명적이었을 겁니다. 예루살렘 모교회의 수장이었던 자신의 체면을 여지없이 깎아 내리는 이야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예수님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제자, 그래서 그분이 가는 곳마다 쫓아 다녔는데, 예수님이 체포되자 다른 제자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래도 베드로만은 제사장의 집까지 좇아갔는데…

우리는 베드로의 이야기에서 배신자의 운명을 봅니다. 그러나 베드로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주위의 평판이아니라 자신의 예수님을 배신했다는 사실 자체였을 겁니다. 온통 슬픔과 후회 속에 한 평생을 보냈을 겁니다. 가련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