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절망/희망 – 의심하는 도마

[위기관리]절망/희망 – 의심하는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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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절망/희망 – 의심하는 도마

박태식 신부(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열두 제자 중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던 토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었다.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자 토마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토마도 같이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셨다. 그리고 토마에게 “네 손가락으로 내 손을 만져보아라. 또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토마가 예수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기적들도 수없이 행하셨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다만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24-31

예수님의 부활발현사화들 중에서도 의심하는 도마의 이야기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요한복음에만 나온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도마의 이야기에는 다른 발현사화와 다르게 이야기의 반전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따로 노리는 목표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도마를 의심 많은 사람이라고 놀려댑니다. 그러나 도마에게는 오늘날의 우리와 통하는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이른바 ‘실증주의자’라는 특징입니다. 실증주의자들은 모든 사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모르는 겁니다. 직접 창 자국에 손을 넣어 보아야, 부활한 분이 삼년동안 모셨고 십자가에  달렸던 그 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겁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인식의 문제를 다룹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만져보고, 내 귀로 직접 듣고, 혀로 맛을 보아야 합니다. 즉, 인간의 오감으로 확인되어야 사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오늘날로 보면 인식론이라는 거창한 철학분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네 가지 특징 중의 하나가 스르륵 하며 물질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방으로 들어와 도마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더니 창에 찔린 옆구리와 못에 박힌 손바닥에 손을 넣어보라고 합니다. 실증주의자에게 가장 필요한 증거를 제시하신 셈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도마의 의심을 보면서 예수님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되다.”는 것입니다. 실증주의자들에게는 눈으로 보는 것만큼 믿을만한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참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과학 언어가 아니라 신앙 언어입니다. 거기서 헷갈리기 시작하면 언제나 오감으로 알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고 만일 그런 식으로 응답을 받으면 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도마에게 하시는 요구는 바로 우리에게 하시는 요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