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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양적 성장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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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목사와 이기적 교인이 전도 막는다
 
한목협,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 조사 보고서' 결과 분석

뉴스앤조이, 김은실 기자의 기사

   
▲ 한목협이 열린 대화 마당을 열고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 조사'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암울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에 관한 비개신교인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며칠째 이상 저온이 계속되다 모처럼 봄볕이 내리쬐던 4월 19일, 서울 성락성결교회의 9층 회의실은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도 공기가 무거웠다. 회의실에 앉은 목회자 20여 명은 간혹 실없는 농담이 나와도 웃지 않았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보여 주는 선행지표가 참담한 탓이다. 목회자들은 선행지표에 드러난 차디찬 현실에 얼어붙은 듯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목회자들이 받아든 한국교회의 선행지표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전병금 대표회장)가 지난해 10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을 상대로 설문하고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 조사 보고서'다. 한목협은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교회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는 열린 대화 마당을 열었다. 설문 조사 결과 분석은 이원규 교수(감신대)가 했고, 권혁률 국장(CBS)과 이현준 한목협 공동총무가 이 교수의 분석을 논찬했다.

설문 조사 결과는 한국교회의 양적 성장이 사실상 끝났음을 보여줬다. 비개신교인 중에 "다른 종교로 개종하거나 신앙을 가질 생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94%를 기록했고 "개종하거나 신앙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 비개신교인은 6%로 2004년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졌다. 2004년보다 복음을 접한 비개신교인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폭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한국교회가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고수하는 노방전도나 방문 전도는 성공률이 낮을뿐더러 비개신교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노방전도로 생기는 소음, 일방적인 전단 배포와 가정 방문에 불만을 표하는 비개신교인들이 많았으며 이런 전도로 교회에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개신교인들의 91%가 전도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건함 잃고 이기적인 개신교인들

반면 전도로 교회에 온 개신교인의 91%가 아는 사람을 통해 교회에 왔다. 교인과 비개신교인의 관계가 실질적인 전도의 통로인 셈이다. 하지만 복음을 전달해야 하는 한국교회 교인들은 신앙생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세속화하고 있다.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교회에 다닌다고 답한 교인의 비율은 1998년 47%에서 2012년 31%로 낮아졌으나 건강·재물·성공 등 축복을 받기 위해서 교회에 다닌다고 답한 교인은 같은 기간 7%에서 1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 성경을 한 번도 읽지 않는 교인은 41%, 기도를 한 번도 하지 않는 교인은 29%를 기록했다. 1년간 신앙 서적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교인은 61%에 달한다.

 

   
▲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원규 교수는 대형 교회와 대형 교회 목회자의 도덕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대형 교회와 대형 교회의 목회자가 비개신교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헌금 금액은 불교의 4.7배, 천주교의 2.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교회 재정을 사회봉사나 구제에 써야 한다고 말한 비율은 예전보다 줄어들어 19%에 그쳤다. 교인의 55%는 교회 운영과 유지에 헌금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교인들이 한국 개신교가 교세 확장에 치중하는 걸 비판하면서도 중형이나 중대형 교회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현준 목사는 교인들이 예전처럼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게 아니라 자기중심적이고 자기편의주의적인 태도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지적했다. 설문 조사를 한 글로벌 리서치의 지용근 대표 역시 교인들이 물질주의와 세속적인 문화에 물들었다고 봤다.

모범이 되지 못하는 목회자

발제자들은 교인들이 이렇게 된 책임이 목회자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한국 목회자의 모습은 그리 좋지 않다. 개신교인이면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교인들의 20%가 목회자 문제 때문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이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담임목사에 매우 만족한다는 비율이 2004년의 1/3 정도로 떨어졌고, 목회자에 관한 평가도 5점 만점에 3.9점을 기록해 4점 이상이었던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비개신교인의 평가는 더 냉혹하다. 비개신교인의 37%가 한국교회에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교회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비개신교인의 18%는 한국교회의 문제로 목회자의 사리사욕과 이기심·권위주의를 꼽았다. 개신교인 64%는 지도자가 우수하다고 생각했지만 비개신교인은 25%만이 그렇다고 여겼다.

대형 교회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행동은 비개신교인의 한국교회에 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개신교인들의 39%가 언론을 통해 한국교회의 정보를 얻었고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비율도 16%를 기록했다. 이원규 교수는 "개신교 이미지에는 교인과 목회자들의 언행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표적이 되는 한국 개신교를 대표할만한 대형 교회와 그 교회 목회자들의 도덕성이 중요하다"며 "한국교회의 미래는 영적 수준뿐 아니라 도덕적 수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 개신교인들과 비개신교인들은 팽창주의, 목회자와 교인의 도덕성 문제, 교파 분열, 세속화 등을 한국교회의 문제로 꼽았다. 발제자들은 봉사와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의 회복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이 목회자와 교인, 대형 교회의 도덕성 외에 공통으로 꼽은 한국교회 문제는 팽창주의, 교파 분열, 개교회주의, 세속화다. 발제자들은 봉사와 영성·도덕성·공동체성의 회복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일부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추락한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전병금 대표회장은 "목회자의 잘못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과거에는 그냥 넘어갈 문제들도 엄청나게 커졌고 한국교회가 위기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도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면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권혁률 국장은 SNS가 발달해서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도 교회의 치부가 드러난다며 치부를 감추려는 태도가 상황을 나쁘게 만든다고 지적한 뒤, 연합 기관이 함께 언론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목협은 설문 조사 결과를 5월 단행본으로 발간하고 목회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자리도 조만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