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묵상/영성/전례 10월 4일 생활과 묵상

10월 4일 생활과 묵상

274
0
공유

■ 10월 4일 토요일 : 루가 10:17-24 아씨시의 프란시스(작은 자들의 공동체 설립자, 1226년)

일흔두 제자가 기쁨에 넘쳐 돌아와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까지도 복종시켰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예수께서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너희에게 뱀이나 전갈을 짓밟는 능력과 원수의 모든 힘을 꺾는 권세를 주었으니 이 세상에서 너희를 해칠 자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악령들이 복종한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너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바로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을 받아 기쁨에 넘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주셨습니다. 아들이 누구인지는 아버지만이 아시고 또 아버지가 누구신지는 아들과 또 그가 아버지를 계시하려고 택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말씀하셨다.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사실 많은 예언자들과 제왕들도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려고 했으나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했으나 듣지 못하였다.”

 

■ 오늘의 말씀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 오늘의 묵상 : 그 행복했던 백 시간

하나 같이 어둡고 피곤해 보이는 승객들,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역 플랫폼을 서성대는 청년들, 소공원 구석에 웅크린 채 줄담배에 한숨을 토해내는 중년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엄마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모습들입니다. 소위 가방끈 길고 똑똑하다고 칭함받는 우리 같은 자들이 올바로 행동하지 못해 이 나라 구석구석을 깊은 우울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자책으로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50일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큰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분이 특별히 똑똑해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정의와 공평’과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강력하면서도 온유하게 드러낸 그분의 설교나 강론 때문만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언행일치의 삶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음을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느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고령의 수장임에도 늘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는 모습, 과도한 경호와 대우를 사양하며 작은 국산차에 몸을 구겨 넣는 모습, 쉴 새 없이 세월호 가족, 중증장애인, 선교대회에 온 젊은이 등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따뜻이 눈 맞추고 손잡아 주고 쓰다듬어 주는 모습, 다른 종교나 비신자들의 삶의 방식까지도 존중해 주는 모습.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배어나오는 검소와 겸손, 이해와 배려, 사랑과 관용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던 ‘행복한 백 시간’ 이었습니다.

“인기는 기껏해야 2, 3년 가겠지요. 나는 자신의 죄와 잘못을 늘 돌이켜보며 거만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저 평범한 목자일 뿐입니다.”는 그분의 말씀을 되새김질하며, 참 지혜의 근원이신 하느님 앞에 바로 서기 위해 저는 오늘도 묵상하고 기도합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똑똑한 자의 삶이 아니라 참 믿음을 증명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