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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기본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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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에라즈무스(1466경-1536)는 종교 개혁기에 영국을 방문하고 영국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일이 있고, 토머스 모아와 같은 당대의 명사들과 깊은 친교를 맺은 사람으로서 영국 교회와 영국 성공회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영향은 교회의 교리 가운데, 기본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을 구분하는 지혜를 가르쳐 준 것이다.

 

에라즈무스가 기본적인 교리로 인정하고, 그것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면 박해를 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었다; 부활; 영생; 믿음으로 죄가 없다는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등. 한편 에라즈무스는 삼위 일체에 대한 일체의 주장과 논의, 하느님의 전능은 어느 정도 절대적인가, 교황은 인간인가 신인가 등에 관한 논의는 비기본적인 것이고, 지엽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나 주장을 가지고 이단시하거나 박해를 하는 것은 안된다.


지엽적인 것이란, 이래도 좋고 저래도 나무랄 수 없는 것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것, 혹은 문제시 할 것이 없다는 뜻의 희랍어 ‘아디아포라’라고 한다. 16세기 독일 개혁 주의자들 중에 ‘아디아포리스트’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가령 견진, 종부 성사, 화체설을 부인하는 성체 성사 등은 바로 그런 것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예식과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사람들이었다. 연극이나 춤 같은 오락을 죄라고 단정하는데 대해서 그와 같은 오락은 인간이 보통 즐기는 쾌락으로서 허용될 뿐 아니라, 의무라고 하는 생각한 사람이 아디아포리스트였다.
 

기본적인 것과 지엽적인 것을 구별하는 것은 일치와 다양성을 아울러 추구하고 인정하는 성공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기본적인 것(영어로는 ‘에센시얼즈’) 이 어떤 것이고 지엽적인 것(‘논 에센시얼즈’)이 어떤 것인가를 명확하게 가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것에 있어서는 일치를 기하고, 지엽적인 것에 있어서는 다양성을 허용해야 한다. 에라스무스는 기본적인 것보다 지엽적인 것, 즉 다양성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다. 정통과 이단을 가리는 거창한 교리 문제에 대해서만 그 두가지를 가릴 것은 아니다. 교회 안에서의 예배를 위시해서 교인들의 일상 생활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대목과 함께 얼마든지 개인과 집단과 가정과 지역에 따라서 다양할 수 있는 것을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본적인 것으로 알고 믿는 것은 자명하다. 그 대신 어떤 것이 지엽적인 것이어서 사람마다, 교회마다 모두 다르게 해도 되는 것인지를 가려야 할 몇 가지를 들어 본다. 성당을 출입할 때 성수를 손에 찍어서 십자를 긋는 일, 성찬식 때 십자 성호를 긋는 것, 십자 성호를 긋는 대목, 그리스도가 언급될 때 머리를 숙이는 것, 미사보를 쓰는 것 등은 모두가 지엽적인 것이고, 통일을 할 수도 없으며,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읽는 성경도 꼭 어떤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성서공회에서 펴낸 것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 나름의 특색이 있으며 은총이 있다. 성직자를 우리는 신부님이라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선생님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