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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신년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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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의장주교 신년사목교서



“서로 함께 ,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2012년 임진(壬辰)년 새해를 맞이하며 변함없는 기도와 수고로 국내 및 해외의 선교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대한성공회 3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 교우 여러분께 하느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벅찬 가슴으로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2011년 한 해는 무엇보다 전 지구적으로 생명과 환경에 대한 위기를 경험한 해였습니다. 신년 벽두부터 불어 닥친 구제역의 여파로 무려 200만 마리의 동물이 살 처분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한 뉴질랜드, 미얀마, 중국, 터키, 아이슬란드 등지의 대규모 지진과 화산 분화 등 자연 재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아픈 소식으로 전해졌고, 특별히 3월의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피해는 끝 모를 미증유의 사태로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위대함을 향유하기에 앞서, 과학 기술 문명의 공과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 국토에 걸친 개발의 아픔과 집중 호우로 인한 전국적인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목도하면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개발의 여파가 얼마나 큰 것인지 경각심을 되새긴 해였습니다.

 

2011년도는 지구환경 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연합(UN)이 정한 ‘국제 산림의 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인류를 위한 산림(forests for people)”을 모토로 숲을 가꾸고 생명의 터전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전 인류적 공감은 확인되었지만, 이미 소비 위주의 물질주의 문명의 폐단이 우리 삶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까닭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는 에너지를 무한대로 필요로 하고 있지만 고갈된 자원,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福島)지진의 여파로 근처에서의 방사능 방출로 인해 이제는 쉽게 동의 할 수 없는 원자력 발전 등이 앞으로 커다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물질문명에 치인 시대정신은 더 이상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팽배한 위기의식으로 인문학에 대한 폭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과 공동체적 연대의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희박해지고, 일부 교회조차도 집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민족의 미래와 평화를 위해 한반도에 주어진 평화의 십자가를 짊어지기보다는, 여전히 남북 분단의 고착화를 가속화하고 심화시키는 냉전적 사고와 이념적 대립의 틀이 더욱 강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더욱이 북측의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거(死去)와 3대의 세습으로 이어진 아들 김정은의 등장으로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는 긴장과 염려를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해는 글로벌 저성장의 그늘이 더 넓게 드리운 한 해였습니다. 미국의 자본시장의 궤멸, 이에 따라 그리스로 촉발된 유럽시장의 황폐화로 말미암은 총체적 경제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암울한 중동의 사태로부터 시작하여, 국내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전세대란,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국내의 경제적 불안과 1%와 99%의 갈등 구조, FTA 문제로 확산된 정치 불신 풍조는 이제 도를 넘어서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절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해로,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국력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맞이해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1월말, 우리나라가 최단 기간에 세계 9위 규모인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국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이토록 아프게 조여 오는 것은 결코 지금 이 모습으로는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디지털 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통 도구(SNS- Social Network System)의 획기적인 발달이 촉발시킨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을 향한 열망도 세계 각지에서 분출되었습니다.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각국의 독재정권 축출과 아랍의 봄, 수단의 분리 독립 투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모색 등 평화를 향한 지구적 도미노 현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정치 분야는 물론 언론, 기업, 교육, 지역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구태의연한 행태에 대한 변화의 요구와 국민적 담론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동과 왕래의 자유, 자본과 노동 시장의 벽이 허물어진 결과로 급격히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전환하는 가운데에서도, 아직도 깊이 잔존해 있는 분열주의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지난 노르웨이 총기 사건에서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난관과 고초가 현실 속에 존재함을 알면서도, 우리는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능력을 다시금 힘차게 고백하면서 새해를 맞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소망과 꿈을 지니며, 세상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그 꿈을 나누며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교회의 본연의 사명임을 고백하며 간절한 기도로 새해를 엽니다.

 

우리 성공회는 2010년 전국의회 결의를 통해 북한 선교를 위해 평양 교구장을 서울교구장이 겸임하는 것으로 하여 교회 회복을 위한 염원을 담은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해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대한성공회 안에 교무원에서는“평화를 일구는 사람들”을, G.F.S에서는“탈북여성 지원을 위한 우물가” 사업 등 남북 평화와 관련하여 2개의 사단법인이 발족했고, 이 일에는 세계성공회와 함께 일반 시민사회 참여도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신앙과 전통을 이웃 교회와 경험을 나누며 하느님의 선교를 증언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증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에는 캔터베리대주교 직속인 “일치, 신앙과 직제 상설위원회”(IASCUFO, Inter-Anglican Commission on Unity, Faith and Order)가 한국에서 개최되어 소중한 대화를 나눈 바 있으며 이 내용은 성공회 안에 모든 성직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과 함께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의 교회일치 운동 분야에서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위상 회복을 지원하면서 2013년의 세계교회협의회 제 10차 부산 총회 개최를 앞둔 준비와 왕성한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가 전 교회와 교우들의 헌신으로 신학관 준공을 마치고 새로운 시대의 사목을 책임질 성직 후보자들을 위한 신학교육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사회 선교 영역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지도자를 배출할 만큼 확대되어 가고 있음은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새로이 밝아온 2012년에는 평화와 통일, 교회일치를 위한 노력과 세계성공회와의 연대와 신학 교육을 위한 기반 확충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대한성공회의 시급한 과제들에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지도력을 형성한 부산교구의 치열한 열정에 전 교단적으로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부산, 대전 서울을 묶어 하느님께서 어여삐 여기시는 모든 일들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며 앞으로 나아 갈 것입니다.

 

본 의장주교는 1965년에 한국인 주교가 세워지면서 주체적 선교 역사가 새로이 시작되었던 때로부터 50주년을 맞이하고, 서울교구와 대전교구가 공히 교구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성공회 설립 125주년의 해인 2015년을 미래 교회를 위한 새로운 선교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미 성가집 개정과 기도서 개편 등 선교 도구의 정비 작업이 시작되었으며, 올해는 각 교구와 교회의 선교 사업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비한 신앙 실천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구를 중심으로 2015특별위원회를 확대 개편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선교 역량을 극대화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하느님의 선교를 위한 도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교회 자체가 신앙의 최종적인 목표가 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오히려 교회는 하느님의 일에 쓰임받기 위해 특별한 부름 받은 공동체이며,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가장 소중하고 확실한 징표임을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교회의 선교를 위한 노력과 그 결과들은,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창조 세계 전체를 향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과 자원, 숲과 바다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가치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 교회 역시 “백성을 위한 교회(church for people)” 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일로 부름을 받고 또 보냄 받은 남은 자(remnant)라는 사명을 결코 망각해서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하는 성직자와 수도자, 교우 여러분!

선교의 최일선인 각 지역의 교회와 기관에서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도와 헌신의 수고로 복음 전파의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야말로 대한성공회의 희망입니다.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 나라 건설의 사명을 향해 형제의 일치와 기도의 연대, 나눔의 기쁨을 몸으로 증거하는 신앙 공동체로써 이 역사 앞에 부끄러운 교회가 되지 않도록 여러분 모두의 헌신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를 드리면서 2012년 새해를 뜨거운 마음으로 활짝 엽니다. 

  

  
주후 2012년 1월 1일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대한성공회 전국의회 의장 김근상(바우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