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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부활 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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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7일 부활2주일 요한 20:19-23

 

 

부활의 증인되어 평화를 회복하라

 

 

1. 지난 4월 16일 성주간 수요일 인천 제주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함으로 수많은 생명이 죽고 실종됨으로 이 땅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성주간, 부활절 등 교회의 중요한 절기를 보내고 조금은 여유있게 보낸 지난 한 주간은 개인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2. 틈만 혹시 생존자가 구조되지는 않았나? 궁금하여 뉴스를 보게 되고, 뉴스를 보면 볼수록 안타까운 죽음과 여러 사연들에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고…..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하는 당국을 보면서, 또 이런 사고가 나기까지 쌓여온 비리와 부패의 사슬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답답하기만 하고…..

 

 

3. 기도하려고 성당에 올라와 주님 앞에 앉으면,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의 모습에 눈에 밟혀 또 눈물이 나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귀한 생명들을 죽였다는 미안한 마음에…..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요. 여러분도 지금 많이 힘드시죠?

 

 

4. 이 비극 앞에서 뭐라고 설교를 해야 할지… 주님께 묻고 기도하며 용기를 내어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활 2주일이면 읽게 되는 오늘 복음을 읽고 또 읽는데… 21절 말씀이 마음에 담겨 졌습니다.

“예수께서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고 말씀하셨다.”

–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부활하신 주님이 거듭하여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는 말씀이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었습니다.

 

 

5. 평화! 샬롬! 우리 말로는 “안녕”. 성경이 말하는 평화는 단지 내면의 평온을 말하지 않고 전인적인 온전한 상태를 말합니다. 전쟁이 없고 굶주림이 없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하느님의 정의-미슈팟, 공의-쩨다카, 그리고 헤세드-사랑이 흘러넘치는 하느님의 나라를 말합니다.

 

 

6. 주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이렇게 하느님의 나라를 누리며 살기를 원하시는데…. 왜 이 땅에는 이런 비극과 아픔이 계속되는 것일까요?

 

 

7. 세월호 참사에 있어 선장과 선원들의 파렵치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빠른 조치만 했어도 이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밝혀지는 비리와 부패의 사슬은 엄청나기만 합니다. 과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요?

 

 

8.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리는 것은 지푸라기 하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낙타 등에 쌓여진 지푸라기더미가 있어서 한계점에 다다랐는데… 지푸라기 하나 더 올려놨더니 그 튼튼한 낙타의 등뼈가 부러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9. 한 사건이 터지기까지 100여개의 원인들이 작용한다고 하지요? 생명을 경시하고 탐욕만을 채우려는 물신주의가 꼬리를 물어 죄를 쌓아올리고 결국 새월호 참사와 함께 비리와 부패의 공화국 대한민국이 침몰한 것입니다.

 

 

10.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거듭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할 때 떠오른 말씀이 있었습니다.

  루가 19:41-42, 예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 이르러 그 도시를 내려다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한탄하셨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11. 공의와 정의로 이루어지는 평화의 길을 알지 못한채 죽음과 슬픔으로 뒤덮힌 이 땅을 보시며 우시는 예수님, 세월호 참사로 슬퍼하는 가족들과 함께 울고 계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울었습니다.

 

 

12. 이제 이 엄청난 비극과 슬픔 앞에서 주님이 기원하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3. 먼저 오늘 서신 로마서 12장 5절의 말씀처럼,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야 합니다.

 

 

14. 가족들… 살아온 학생들…. 선생님들…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며 함께 울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 땅의 우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함께 울고 그들을 울게 만드는 원인들을 바꿔나가는 선교적인 사명을 살아가야 합니다.

 

 

15. 오리온제과의 초교하임 광고가 기억납니다. 여배우 명세빈이 나옵니다. 백혈병이 걸려 머리가 다 빠졌습니다. 친구가 병문안을 온다고 하니 반갑기는 한데 자기의 초라한 몰골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복도에서 친구와 마주치게 되어 친구를 응시하고만 있는데 친구가 활짝 웃으며 모자를 벗습니다. 친구가 머리를 삭발하고 온 것입니다.

 

 

16. 이 광고는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합니다. 시카고의 어느 고등학교에 브라이언이라는 학생이 백혈병이 걸렸습니다. 수술과 항암을 잘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가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교실 문을 열었는데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브라이언을 환영합니다. 고개를 들어 친구들을 보니 친구들 다 삭발을 했다는 것입니다.

 

 

17. 친구는 고통을 나눕니다. 우정과 사랑은 고통을 함께 나눕니다. 우리 교회는 많은 경우 우리끼리만 좋아하고 웃어왔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기도하고 예배드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를 돌아보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18. 그래서 우리교회는 올 해 부활절 헌금의 반을 슬퍼하는 이웃, 강도만난 이웃과 나누는 것입니다. 성소주일 연합예배를 갑자기 취소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한국교회는 5월 11일까지 특별공동기도주간으로 선포하며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하여 함께 울며 기도하려고 합니다.

 

 

19. 둘째, 이렇게 기도하는 가운데 철저한 회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기억하게 되는 성경 말씀이 루가복음 13장입니다. 희생제사를 드리던 갈릴래야 사람들이 빌라도에 의해서 학살을 당했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예수님께 알렸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어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18명이나 죽은 사건을 언급하시며 다시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고 거듭 강조하십니다.

 

 

20. 이 말씀 앞에서 먼저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질문해 봅니다. 내가 세월호에 탑승했었다면 나는 도망나온 선장이나 선원일까? 남을 살이고 자신들은 죽은 고 박지영 선원, 양대홍 사무장, 정차웅 군, 남윤철 교사, 최혜정 교사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선박업무에 관련된 공무원이라면 비리와 청탁 등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원칙대로 일하는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21. 이 성찰은 내 삶의 주인이 진정 부활하신 예수님이신지… 아니면 세속과 정욕에 따라 살아가는 자아인지를 돌보는 기도입니다.

 

 

22. 진정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이어서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예수님을 믿는 신앙이라면 청탁을 거절하고, 불이익을 당해도 관행으로 여기는 비리를 폭로하고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정직한 삶을 살아 오늘의 이 참사를 막아내는 그 한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23. 나아가 이번 세월호 재난 사건을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는 우리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는 폭력적 사회로 깊이 타락하였는지를 깨닫고 회개해야 합니다.

 

 

24. 최근 한국 사회는 정치적·구조적 폭력뿐만 아니라 일상화된 폭력이 너무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서운 사회로 변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천대하고 성폭력도 서슴지 않는 ‘도가니 사회’, 철저하게 가난한 자를 소외시켜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세 모녀가 자살하게 만드는 소위 ‘폭력의 일상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정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25.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선박 회사의 안전 불감증, 그리고 선장의 무책임한 모습은 우리 기성세대의 몰염치함과 탐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 긴급 재난 대처의 비효율성과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최우선적 행정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여 급기야는 희생자 가족들이 두 번이나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게 만든 재난대책본부의 미숙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권과 생명 존중에 있어서 후진적인 사회인지를 이제 온 세계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26.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우리 인격의 근원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철저하게 개혁하는 모습이 없으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는 주님의 경고는 이 사회에 그대로 실제가 될 것입니다.

 

 

27. 한국사회의 주류 세력인 한국 기독교는 오늘 우리 사회의 이와 같은 문제 앞에서 먼저 책임 있는 반성과 통렬한 회개를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주범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28. 하여 우리 교회가 할 일은 하느님 앞에 겸비하게 무릎꿇고 참회하며 생명을 경시하고 오직 물질만을 숭배하는 추락하고 깨져버린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룩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29. 그래서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불의와 부패가 가득한 세상 속으로 보내십니다.

 

 

30.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악은 모양이라도 보지 아니하고 개인적인 죄이든 사회의 구조적인 죄이든 죄와는 피흘리기까지 싸우며 예수님이 선포하시고 가르치신 미슈팟-정의, 쩨다카-공의, 헤세드-사랑이 흘러 넘쳐 평화-샬롬의 하느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라고 명하십니다.

 

 

31. 이제 여러분은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평화를 일궈가는 부활의 증인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마태 5:9,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