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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도 – 남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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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 남을 위한 기도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종교가 나왔다는 설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종교와 복을 비는 행위는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복이란 부귀를 누리면서 오래 살고 병과 우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무슨 종교든지 한국 땅에 들어오면 슬그머니 복을 비는, 혹은 복을 빌어 주는 기복 종교로 변하는 전통이 있다. 무당, 무속 등이 한반도의 원초적인 종교라는 것은 상식이고, 무속은 철저하게 복을 비는 종교 행위이다. 귀신을 몰아 내고 병을 고치고, 액운이나 우환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한다.

번뇌로부터의 해탈과 열반의 경지를 추구하는 불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불공을 드린다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나와 나의 가족의 안녕과 복리를 비는 행위이다. 유, 불, 선 세 가지가 합세해서 한국인들의 기복사상의 전통을 유지해 왔다. 천주교의 경우 200년 전에, 개신교의 경우에는 100여년 전에 이 땅에 들어 온 그리스도교는 어떤가? 그리스도교에는 기복의 사상이나 습관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교의 기도는 나와 나의 가족과 가문의 복을 위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복을 위해서 대신 간구하는 것이 기본이다. 성찬식에 있는 신자들의 기도라는 것이 그와 같은 대도의 표본이다. 우선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세상의 지도자들, 불우한 이웃들, 병자들, 환란을 당한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교회가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다, 혹은 없다 하고 논쟁을 벌인 때가 있었지만, 성공회를 위시한 가톨릭교회에서는 별세한 교우들과 살아 있는 교우들의 상통을 믿고, 별세 신자들이 안식을 얻도록 기도한다. 별세한 신자들과 조상들의 영을 위로하기 위해서 위령 성찬식을 올릴 수 있다. 이것도 일종의 대도이다. 

교인들은 서로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하지만 모든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올린다. 하느님께 인간을 위해서 중재하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시는 분은 예수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우리의 유일한 최고의 대도자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입학시험에 붙게 해 달라고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어머니들의 사진을 입시 계절에 자주 본다. 절을 찾아가서 두 손 모아 불공을 드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애절하고 동정이 간다. 그러나 성모에게 부탁해서 예수님이 하느님께 청하시게 해야 하느님이 더 잘 들어 주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고 미신으로 흐를 수도 있다. 직접 우리의 대도자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께 간구하는 것이 옳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 질 것이다”(요한 15:7). 그러나 앉아서 간구하지만 말고 우리의 간구를 이루어 주시는 하느님의 활동에 동참하는 일이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