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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로마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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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오류’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캔터베리 대주교(1961년부터 1974년까지)로 있던 마이클 램지는 원래 앵글로-가톨릭파의 거성이요, 1964년에는 교황 바울로 VI를 방문해서 성공회와 로마 교회의 관계에 하나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램지 대주교는 평생 교회 일치를 위해서 진력했고, 동방 교회와 영국의 자유 교회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끝까지 도모했다. 그가 캔터베리 대주교로 있는 동안,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제일 실망스러웠던 일이 영국 성공회와 영국 감리교의 일치가 마지막 순간에 불발로 끝난 일이었다.

대주교는 은퇴를 앞두고 1973년 가을 BBC와의 대담 중에 ‘로마의 오류’(에러즈 오브 로움)를 언급했다. 성공회와 로마 교회와의 일치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바로 그 전에 다블린에서 열린 성공회협의회에서는 여자 사제 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사실상 세계 성공회에서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었다. 램지는 그 협의회의 의장으로서 그 토의를 시종 주재했었다. 그러나 로마와의 일치를 막는 장애로서 성공회의 여자 사제를 들지는 않았다.

대주교는 몇 가지 걸림돌을 말했다. 첫째는 교황의 무오설—교황이 ‘교황좌에서’ 교리를 선언할 때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두 가지 교리와, 이것을 믿어야 가톨릭의 신도가 된다는 지엄한 가르침이다. 한 가지는 소위 무염시태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모친인 성모가 그 어머니 뱃 속에 잉태되었을 때 죄없이 잉태되었고, 성모가 별세하고는 승천했다는  성모에 관한 교리는 로마뿐 아니라 동방 교회도 널리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회 입장에서 보면 성경의 뒷받침이 없는 오류임에 틀림없다.

그 다음 1896년에 교황 레오 XIII가 성공회의 성직을 무효라고 선고한 것이 두 교회의 일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로마 교회가 성직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의 대표자와 교황이 서로 방문을 주고 받는 일, 각각 자기 교회의 신학자들을 지명해서 국제 신학 위원회를 열게 하고 보고서를 받는 것을 보면, 레오의 선언의 준엄성이 희석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오류를 범할 수 없는’ 교황의 교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램지 대주교는 로마 교회가 자기 교회만이 유일한 가톨릭교회라고 주장하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에서 천주교 이외의 교회는 모두 ‘열교’들이고,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가 아니라고 글로, 말로 교인들을 가르치는 딱한 사람들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사제가 성공회에 들어와서 성공회 사제로 일하기를 원할 때에는 위에서 본 것같은 잘못된 생각을 거부한다는 서약을 받고, 성공회의 39개조 신조에 서명하게 한다. 물론 다시 품을 주지는 않는다. 가톨릭교회에서 받은 사제 품이 유효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교회에서 적법한 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다시 세례를 주는 법이 없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