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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사보(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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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보(베일)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여성이 세례나 견진을 받으면 그의 대부모나 친지들이 제단 앞으로 달려 나가서 그 새교우 머리에 소위 ‘미사보’를 씌워 주는 관습이 있다. 주교로부터 견진을 받을 때 여성 교우가 미사보(흔히 흰색)를 쓰고 나가는 것은 영국 성공회의 관습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우리 공도문은 물론 세계 성공회의 공도문에 세례, 견진, 성찬식에 미사보를 써야 한다든가, 혹은 쓰는 것이 좋다든가 하는 말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천주교의 예전서에도 미사보(영어로는 베일)라는 말이 도대체 나오지 않는다. 우리와 천주교에서 여성 교우들이 미사보를 즐겨 쓰는 것은 교회의 관습이고 개인의 취향이다. 교회에 따라서 다르지만, 미사보를 쓰고 기도를 보는 교우들의 수가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교우들보다 적은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교회에서 여성들에게 머리를 가리고 나오라고 한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성인 바울로였다는 것을 알고 미사보를 쓰기를 거부하는 교우들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고린도 교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공동번역) 11장에는 ‘여자가 머리를 가리워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여자가 기도를 하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할 때에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 머리, 곧 자기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천사들이 보고 있으니 여자는 자기가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는 표시로 머리를 가리워야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말이다.
우리와 같은 ‘이방인’이 교인이 되는 길을 열어 준 사람, 그리스도교의 최초이자 최대의 신학자, 여자를 노예처럼 천대하던 유대교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그리스도의 사도가 된 사람, 교회에는 유대인도 없고 이방인도 없고,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다고 평등주의와 사랑을 외치던 성인 바울로가 어쩌다가 그런 훈계를 하게 되었는가? 성경 공부를 다시 하고, 성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 특히 여성 신학자의 강의도 들어보고 해서, 교회 안팎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성경에 뭐라고 쓰여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근 2천년 전에 교회에 들어 온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살던 문화적 환경에 비추어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성경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미사보를 볼 때, 미사보를 쓴 여성 교우를 볼 때, 바울로의 그 편지를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남성이나 남성 위주의 질서에 대한 순종의 표시가 아니라,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순결한 생활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미사보를 금지하거나, 모든 여성 교우에게 미사보를 강요하는 것은 성공회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비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