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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혼한 신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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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신부들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직자에 수도 성직자와 재속(在俗) 성직자가 있다. 수도자 중에는 서약을 하고 수도 생활을 하는 수사, 수녀가 있고, 성직을 받은 수사사제가 있다. 재속 성직자는 문자 그대로 세속 사회에 나와서 중생과 함께, 중생을 위해서 일하는 주교, 사제, 부제들이다. 수도자들은 수사, 수녀, 수사사제 할 것 없이 독신으로 살겠다는 것을 서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독신이고, 수도 단체에 머무는 한 결혼할 수 없다.

재속 성직자의 결혼 문제는 수도자들과는 다르다. 독신제가 완벽하게 지켜진 일이 없다. 원칙적으로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

수사와 수녀들은 천주교에만 있고, 성공회에는 없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도 성공회 수녀원이 있고, 남자 수도원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난지 오래다. 원래 영국 성공회는 수사들이 시작한 교회이고, 16세기 종교 개혁 이전에는 영국 도처에 크고 작은 수도원이 있었으며, 막대한 권세와 재물을 가지고 온 세상에 위세를 떨쳤다. 그러다가 16세기 헨리 왕 때 졸지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급기야는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19세기에 영국 성공회 안에서 가톨릭부활 운동의 여파로 다시 수도원이 여기저기에 생겨서 수도 단체가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다. 성공회 신부가 결혼하니까 성공회 수도자들도 결혼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답은 단연 ‘노’ 이다. 수도자는 천주교, 정교회, 성공회의 구별없이 수도자이고 독신 생활을 한다.

그러나 재속 성직자들은 다르다. 천주교 성직자들은 수도자와 같이 독신이 원칙이다. 정교회 재속 성직자들은 일단 부제품을 받으면 결혼할 수 없다. 그래서 신학교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성직을 받기 전에 서둘러 결혼한다. 다만 주교는 독신자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수도자들 중에서 뽑는다. 그러나 성공회의 재속 성직자들은 주교, 사제, 부제 모두가 결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교회와 성공회의 사제와 부제는 대개 기혼자이다. 로마 교회와 정교회 주교들은 독신인데, 왜 성공회 주교들은 결혼했거나 결혼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신약 성경이 제공해 준다. 주교들은 사도들의 후예이고, 사도들이 교회를 감독하던 초대 교회시대에 성직자의 독신제라는 것은 없었다. 사도 중의 사도인 베드로에게는 장모가 있었다. 바울로가 독신을 권했지만, 굳이 교회의 성직자들에게 특별히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남자에게만 권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종말이 올  터인데 장가 가고 결혼 생활을 할 겨를이 어디 있느냐는 말이었다.

천주교가 재속 성직자에게 강요하는 독신제가 하느님의 법이냐, 교회의 법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 논쟁은 13세기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가 신법이 아니고 사람이 만든 교회법이라고 단정함으로써 끝났다. 교회법이라면 고칠 수 있다. 고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