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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성공회의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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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수장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수장(首長)은 주로 교회에서 쓰는 ‘우두머리’라는 말이다. 그저 웃어른을 장상 (長上)이라고 하는 교회가 있는데, 우리는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영국 성공회에서 수장이니 수장권이니 하는 말이 한 때 큰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16세기 중엽에 당시의 왕 헨리 8세가 영국 교회를 로마 교회에서 떼어서 자신이 그 우두머리가 되고, 우두머리라는 말 앞에 ‘최고의’라는 말을 붙여서 교회를 좌지우지하고, 수도원을 폐지, 몰수하는 난리를 벌인 일이 있었다. 그 때까지 영국 교회의 수장은 로마 교황이었는데, 그 수장권을 영국의 국왕이 행사하게 된 것이다. 헨리가 죽은 후 영국 교회는 다시 로마로 되돌려졌다가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하자마자 다시 로마에서 떨어져 나와서 수장권을 요구하고 법을 통과시켰다(1559년). 이번에는 그의 부친처럼 영국 교회의 ‘우두머리’라고 하지 않고, 영국의 세속과 교회를 통틀어서 다스리는 ‘최고의 통치자’라고 자칭하고 나섰다. 이 호칭은 그대로 역대 영국 왕이 계승해서 오늘날의 엘리자베스 2세까지 이어왔다. 영국 성공회의 수장은 현재 엘리자베스 2세이다.
 
우두머리나 수장이나 같은 말이다. 다만 헨리와 엘리자베스 1세는 실질적인 우두머리였고 통치권을 실제로 행사했지만, 오늘날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명목상의 통치자로 실권 행사는 거의 안한다. 여왕보다는 오히려 국회(하원)와 내각 수상이 교회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영국왕은 군림하되 다스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교회에 군림하는 여왕에 대해서 영국 성공회는 공기도에서 그를 위해서 기도를 드린다. 물론 영국만의 이야기이다.
 
국왕을 교회의 수장으로 받드는 영국 성공회와 우리와 같은 다른 성공회의 다른 점 두 가지를 들어보자. 우리는 교구장 주교가 정년이 되거나 사임하면 교구 의회에서 후임 주교를 뽑는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옛날처럼 국왕이 교구의 주교좌 성당의 참사회에게 ‘선거 허가’(꽁제 데리르)라는 이상한 명령을 하고 참사회가 뽑아 올릴 후보 주교 이름을 함께 하달한다. 그 후보 주교의 이름은 내각 수상이 국왕에게 천거한 이름이다. 그 명령을 받은 참사회는 군소리하지 않고 하달된 주교 후보를 선출해 올린다. 우리는 공도문을 만들거나 개정하면 관구 의회에 올려서 인준을 받고 관구장 주교가 공포하면 된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공도문을 개정하려면 국회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요식행위가 아니고, 실제로 교회가 요청한 공도문 개정안을 하원이 투표에 부쳐서 부결시킨 예가 있다(1928년).
 
우리 성공회의 수장은 누구인가? 교구장 주교인가? 아니면 관구장 주교인가? 교구장 주교는 교구를 대표하고, 관구장 주교는 한국 성공회를 대표한다. 대표할 뿐 교회의 수장은 아니다. 우리 교회의 수장은 우리의 영원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주교들은 우리들의 사목 감독자들이다. 이 지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이고 교회의 수장으로 군림하고 다스리는 로마의 주교인 교황같은 성직자는 성공회에는 없다. 캔터베리 대주교를 세계 성공회의 대표로, 상징으로 보는 수가 있지만, 그를 세계 성공회의 수장으로 보는 교회나 교인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