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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성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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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막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당에 들어서면 제대 옆에, 혹은 제대 뒤에 조그마한 상자가 있고, 대개는 그 위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이것을 우리는 성막이라고 한다. (우리가 성막이라고 부르는 것을 천주교는 감실이라고 한다.) 성막 속에는 병자들이나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져다 줄 축성된 성체, 때로는 성체와 보혈이 모셔져 있다. 이런 성체를 예비 성체라고 한다. 우리는 축성된 성체, 보혈을 믿음으로써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알고 존중하기 때문에 성당에 들어 설 때나, 성막 앞을 지날 때, 성막 등에 불이 켜 있으면 그 속에 축성한 성체가 모셔져 있어서 성막을 향해 몸을 구부려 경의를 표한다.


성막에 보관하기 위해서 예비로 성체를 축성하는 것, 성찬식에서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성체를 성막에 넣어 두는 것을 ‘예비’를 뜻하는 영어 ‘레저베이션’이라고 한다. 중세 때는 성체를 항상 성막에 보관해 놓고, 그 앞에서 성체를 경배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관습이 성했다. 아주 옛날에는 교인들이 성체를 자기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성공회에서는 16세기 개혁 때 예비 성체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그 관습을 금지해서 19세기 중엽에 그 관습이 부활할 때까지 성막이나 예비 성체를 볼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영국 성공회에서는 아직도 ‘레저베이션’은 불법이다. 불법이지만 널리 행해지고 있고, 가톨릭전통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 성공회에서는 성막이 없는 교회가 오히려 예외로 간주된다. 성막 속에 예수님이 생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계신다고 생각하거나, 성막 앞에서 기도를 드리면 기도의 효험이 더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성막이나, 성막 속에 성체를 모시는 것은 해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성막에 모시기 위해서 여분으로 빵을 축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찬식에서는 출석한 교우들이 받을 만큼의 빵과 보혈을 축성해야 하고, 혹시 소량이 남으면 사제나 그의 보조자가 먹고 마셔서 남기지 않는 것이 성공회의 전통이다. 따라서 성공회의 교회에 반드시 성막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성막의 유래는 구약 출애굽기 25장에서 30장, 그리고 35장에서 40장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것은 물론 유대인들의 성막인데, 그 속에 하느님이 실제로 계신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교의 성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구약의 성막이나 그리스도교의 성막이나 다 같이 하느님을 모시는 존귀한 곳이고, 구약 때부터 연면히 이어오는 귀한 전통이고 상징이다.

원래 성막은 제대에다 고정시켜서 설치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제대가 아닌 장소에 설치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럴 때에도 교인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