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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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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당 문을 들어서면 대개 성수 그릇이 있다. 교인들 중에는 손에 성수를 찍어서 십자 성호를 긋고 자리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십자를 그을 때 무릎을 꿇고, 궤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건해 보여서 좋다. 그러나 모든 교인이 그렇게 하라는 법은 없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서 성수를 찍어서 십자를 그어야 성당에 들어선 기분이 나고, 그 날의 기도가 잘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것을 천주교도들이나 하는 일종의 미신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성공회 교인답지 않은 잘못된 일이다. 물론 성수를 찍으면 감기 몸살이 낫는다, 혹은 복권 당첨이 보장된다고 믿는 것은 분명한 미신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140년 전에 프랑스의 루르드에 사는 한 14세의 농촌 처녀에게 성모가 나타난 후 샘물이 나와서 루르드는 유명한 순례지가 되고, 성당이 서고, 그 약수의 효과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생기고, 약수를 마시고 중병이 낫는다는 ‘기적’이 많이 생겼다. 1907년에는 로마 교황이 루르드 성모가 나타난 것을 공식으로 인정했다. 루르드의 생수가 신령한 성수로 유명해지고 저마다 그것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천주교 사람들이 선전하는 일이지만 그 성모의 기적과 성수의 약효는 과연 기적인가, 미신인가? 믿는 사람에게는 기적이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신이거나 토정비결같이 무해무득한 것이다. 한편 세상에는, 그리고 성경에는,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이해도 설명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기적적인 일이 있다. 신비가 있다.  
 
세례를 주는 사제는 먼저 (성당 문 근처에 성천이 있으면 거기서) 물을 축복하고, 그 물을 가지고 세례 받을 사람의 이마에 십자를 긋는다. 옛날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을 때에는 요르단 강물을 썼다. 우리는 물 없이는 못 산다. 물은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몸을 씻을 때 물을 쓴다. 마음을 씻을 때, 우리가 지은 죄를 씻을 때에도 물이 쓰인다. 주일 대미사를 시작할 때 제단에 성수를 뿌리는 관습이 있다. 가옥 축복식과 같은 축마식(마귀를 쫓는 식) 때도 성수를 골고루 뿌린다. 이 개명한 세상에 마귀가 어디 있으며 성수를 뿌린다고 마귀가 쉽게 달아나겠느냐, 다 쓸데없는 미신이라고 핀잔 줄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마귀로 인한 침해는 대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새 집에 들어서 대청소하는 기분으로 성수를 뿌리고 기도로써 집들이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지으셨을 때 이미 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물을 갈라서 창공이 되게 하셨다. 물 없이는 하늘도 땅도, 동물도 식물도, 물고기도, 마침내는 인간도 있을 수 없고 생존할 수 없다. 물은 천지 만물의 기본이다. 서양 격언에 “물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이 있다. 굳이 루르드의 샘물이나 약수가 아니더라도 물은 원래 깨끗한 것이고, 생명의 원천이고, 그러고 보면 그 속에 우주의 오묘한 진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물이 한량없이 오염되고 화학 처리를 하지 않고는 마실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은 아담의 타락에 못지 않는 인간의 타락의 또 하나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