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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신명 – 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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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 본명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공회 교인은 모두 자기 본래의 이름—호적에 등록되어 있는 이름—외에 신명을 가지고 있다. 신자로서의 이름이라는 말일 것이다. 일본 성공회에서는 교명이라고 하고, 한국 천주교에서는 본명이라고 한다. 본명이라는 말은 좀 우습다. 원호적에 있는 이름은 가짜 이름이고, 교회에서 쓰는 이름이 진짜 본명이라는 말인가?

어린이나 성인이나 할 것 없이 사제가 세례를 받는 사람의 이마에 성 삼위 하느님의 이름으로 물을 붓기 전에 ‘아무개’하고 신명을 부르게 되어 있다. 가령 ‘요한’ 혹은 ‘프리스카’하는 식으로. 견진을 주고받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세례를 받기 전에 누군가가—대부모, 친구, 부모, 성직자 등—세례명을 지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세례명은 거의 예외 없이 서양 교회의 성인 성녀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이 관례이고, 이름을 딴 성인, 성녀는 호수 성인이 된다. 성인, 성녀에게는 기념일이 정해져 있다. 축일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 텐데, 첨례일이라고 어려운 말을 써왔다. 이번에 첨례일이라는 것을 기념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영어로는 ‘네임 데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령 신명이 바울로인 사람의 호수 성인은 사도 바울로로 그의 기념일은 6월 29일이다. 성 세실리아를 호수 성인으로 모신 사람의 신명 기념일은 11월 22일이다.

신명을 지을 때 호수 성인으로 정하는 인물들은 구약의 위인들(모세, 아브라함, 나오미 등)과 신약의 사도들, 그리고 순교자들과 수도자들, 유명한 교황들, 학자들이다. 전부 서양 사람들이다. 근년에 한국의 (천주교)순교자들 수 백명이 성인으로 추대되어서, 가령 ‘대건’(성인 김대건 신부)이라는 이름을 신명 혹은 본명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쁠 것은 없다.

우리는 이름을 대단히 존중하는 문화에서 태어났고 자라 왔다. 이름을 거룩하게 여기는 문화이기도 하다. 본명을 함부로 부르기가 민망해서 아명이나, 자(字)니, 호(號)니 하는 별명을 만들어 쓰고, 예명이라는 것도 있다. YS니 DJ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버릇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의 지도층인 양반의 경우였고, 서민, 특히 여자들에게는 이렇다 할 이름이 따로 없었고, 소중하지도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세례명을 지어 주고, 세례명으로 교회 생활을 하고, 교우들과 사귀고, 때로는 그 세례명으로 순교를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서양 이름이 아니라 부모가 지어 준 이름으로 세례와 견진을 받는 법이 허용되고, 권장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수환 추기경의 신명이고 본명(스테반)이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서양 이름이 아니라 자기 한국 이름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천주교도, 성공회도 신명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국식 본명으로 성직자나 교우들을 부르는 습관이 눈에 띄게 보급되어 간다. 이것이 옳은 방향이다. 한편 교우의 이름 대신에 신명에다 씨를 붙쳐서 ‘바울로 씨’, ‘세실리아 씨’하는 것이 편한 면도 없지 않다. 그 쪽이 편하면 그렇게 부르면 된다. 억지로 신명을 쓰라 말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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