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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신자들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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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의 합의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공회는 민주적인 교회이다. 교회 조직의 여러 단계 – 개 교회와 교구와 관구 – 에 신자들의 의견을 물어서 합의를 끌어 내는 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주교나 사제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서 교인들에게 순종을 강요하는 식은 성공회의 생리와는 다르다. 세계 성공회의 여러 교회 사이의 보편적 문제를 논의하는 데에도 성직자들만 모여서 결정하고 결의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10년에 한 번씩 주교들만 모여서 하는 램베스회의가 그렇다. 성직자들만 모여서 결의하고 표결에 부쳐서 압도적으로 가결해도 결국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성공회의 법이다.

여자 사제문제를 예로 들어서 성공회가 합의를 추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여자 사제는 옛날에 전쟁으로 사제를 잃은 홍콩 교구의 영국인 주교가 비상수단으로 여자 사제를 만들어서 문제가 되었다. 여자에게 성직을 준 일이 일찍이 없었고, 여자 사제를 만들면 로마 교회와 정교회와의 일치에 치명적인 장애가 생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1973년 여름에 열린 성공회 협의회에서 여자 성직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해서 불꽃 튀기는 논쟁 끝에 결의문을 하나 채택하고 산회했다. 여자 사제가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이 아니고 주교가 여자에게 성직을 부여하고자 할 때는 다른 교구와 형제적인 협의를 거치는 것이 좋다; 결국 여자에게 성직을 주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성공회의 다른 교구들이 그 교구와의 상통 관계를 끊지 않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이었다. 이것이 현재의 세계 성공회의 공식 입장이다. 그 이후 20여년 동안에 미국, 카나다, 영국 등 선진국 성공회가 여자에게 부제, 사제직을 주었다. 여자가 부제가 되면 그 사람이 사제, 주교가 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미국 성공회에서 무수히 여자 부제, 사제를 배출했고 주교도 여러 명 나왔으므로 한국 교회도 여자 성직자를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편 호주 시드니 교구가 여자 성직자를 내지 않기로 했으니까 우리도 여자 성직자를 내서는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법에 성직의 성별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러므로 법적 문제는 없다는 말이다. 다만 어떻게 신자들의 합의를 얻어 내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주교가 결심만 하면 우리도 여자 성직자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주교는 신자들의 합의를 얻어서 그 중대한 결심을 하기를 원할 것이다.

교회(전도구)에는 교회 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에는 교인들이 뽑는 신자 회장과 사제가 위촉하는 사제회장이 포함된다. 교회 위원회는 수시로 모여서 교회 전반에 관한 사항, 특히 교회 재정, 건물과 재산의 관리를 사제와의 협의 하에 논의하고 결정한다. 교구 안의 각 교회가 뽑아 보내는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교구 의회가 있고, 각 교구에서 나오는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관구 의회가 있다. 이것은 모두 성공회가 교인들, 즉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이고 과정이다. 그리고 주교, 사제, 평신도들이 법이 정하는 절차를 밟아서 의회에서 결정하는 법이나 규칙, 예전 등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영국 성공회 이외의 모든 성공회) 주교도 교구 의회가, 관구장은 관구 의회가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