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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십자성호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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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 긋기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십자를 긋는 사람들은 천주교인 아니면 성공회 교인이다. 마포에 있는 정교회 교인도 십자를 긋는데, 우리와는 달리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긋는다. 식사 기도를 할 때 십자를 긋는 모양이 갖가지이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묵도를 하고는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다 보면, 기도 드리기 전에 십자를 긋고 기도한 다음 다시 십자를 긋는 사람들이 있다.  십자를 그어야 할 때, 그어서는 안될 때가 따로 없다. 교회 밖에서는 물론, 교회 안에서, 특히 성찬식이나 아침, 저녁 기도 같은 공기도에서 예식서에 교우들이 십자를 긋도록 지시하는 대목은 없다.

십자를 긋는 풍습은 기원 2, 3세기부터 시작된 것 같다. 초대 교회 때 교인들은 항상 십자를 그어서 믿음을 굳히고, 박해 때에는 그것을 교인이라는 신호로 쓰며, 성찬식 때에도 사제와 함께 자주 십자를 그었다. 처음에는 엄지나 집게 손가락으로 머리와 두 어깨를 긋고 다시 가슴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는데, 후에 다섯 손가락을 모아서 긋는 풍습이 생겼다. 지금도 사제나 부제가 복음을 읽기 전에 사제와 교인들이 엄지만으로 머리, 입술, 가슴에 십자를 긋는 풍습이 남아 있다.

우리와 천주교 예식문에는 사제가 십자를 긋는 대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천주교에서도 최근에 나온 기도서에는 교인들은 단 한 번 입당송이 끝났을 때, 사제와 함께 십자를 긋도록 되어 있다. 복음 앞에서도 사제와 부제만이 ‘이마, 입술, 가슴에 십자를 긋는다’. 우리 공도문에 신자들이 십자를 긋는 일에 대한 지시가 아무 데도 없는 것은 앞에서 본 것과 같다.

십자를 긋는 풍습은 교회마다, 개인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십자를 긋는 것이 예수님이나 하느님에 대한 지극한 공경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신심을 굳히는 몸짓으로 생각되면 십자를 긋는 것이 좋다. 십자를 긋지 않는다고, 혹은 십자를 긋지 않는 교우를 믿음이나 신심이 깊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남에게, 특히 비신자나 개신교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십자를 그어대는 것은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다.

성찬식의 핵심부에서 집전자가 “이것은 나의 몸…” , “이것은 나의 피..”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외운 다음 성체나 보혈이 든 성작을 약간 들어올리는 경우가 있다. 집전자에 따라서 이 부분의 동작이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말씀을 외우고 나서 절을 하고, 성체나 보혈을 들어올리고, 그리고 나서 다시 머리 숙여 절을 하는 것을 흔히 본다. 집전자의 동작을 보는 교인들의 동작도 가지가지이다. 제일 많이 보는 것은 집전자가 성체나 보혈을 들어올릴 때, 그것을 쳐다보면서 십자를 긋는 것이다. 십자를 긋지 않고 머리를 가볍게 숙이는 교인도 많다. 그러나 십자를 긋거나 머리를 숙이지 않고, 바른 자세로 경의를 표하는 교인들에게 잘못은 없다.

한국 성공회에서는 복음 낭독 전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를 하고, 성찬식 마지막의 강복기도 때 흔히 십자를 긋는다. 긋지 않는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