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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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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공회라고 하면 택시 기사가 “영국 교회 말이예요?”하고 반문하던 때가 있었다. 성공회가 어떤 교회냐는 질문을 받고 설명하기가 귀찮아서 “영국 교회지요” 하거나 “영국 교회하고 같은 거지요”하고 얼버무리는 성공회 교인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 그 헨리 8세가 이혼하려고 만든 교회지요?”하고 제법 유식한 체하고 덤벼오면 별안간에 기분이 나빠지곤 하는 일은 요즘도 더러 있을 수 있다.

한국 성공회—영국 성공회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성공회—는 영국 교회가 아니다. 영국 교회도 영국 성공회도 아니다. 영국 성공회는 소위 ‘잉글랜드’의 교회이고, 잉글랜드만의 국교이고 헨리 8세 때의 법에 의해서 국왕(지금은 엘리자베스 2세)이 수장(통치자)으로 되어 있는 특이한 교회이다. 우리가 영국이라고 하는 연합왕국 중 스콧트랜드의 국교회는 성공회가 아니고 장로교이며, 엘리자베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콧트랜드에는 스콧트랜드 주교 교회라는 성공회가 있는데, 그 성공회와 영국의 국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콧트랜드 성공회가 영국 왕을 교회 수장으로 모신다면, 잘못하면 교회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 성공회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관계는?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우리는 세계 성공회의 일원으로서 모교회인 영국 성공회—정확하게는 캔터베리 교구와 상통관계(커뮤니언)에 있을 따름이다. 우리는 캔터베리와 기본적인 신앙적 입장을 같이 하고, 모든 면에서 교류하고, 성공회의 세계적 여러 기구, 가령 성공회 협의회, 10년마다 열리는 램베스 회의, 관구장 회의 등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법적으로 어느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독립된 교회(관구)이다. 성공회의 여러 기구와 협의회는 모일 때마다 결의문을 채택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결의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그렇게 엉성한 식으로 어떻게 거대한 세계적 교단을 운영하느냐고 다른 교파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그런대로 사랑과 관용과 가족적 분위기의 공동체로 살아간다. 그것이 성공회의 매력이다. 세계 성공회를 하나로 묶는 법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

한 가장으로서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유분방한 자녀들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왔다.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여왕의 처지는 더 딱하다. 동생 마가레트를 시작으로 큰 딸과 두 아들, 그 중 하나는 자기 대를 이을 황태자로 이혼을 했다. 이혼에 대한 영국 성공회의 공식 입장, 재혼자에 대한 교회의 태도가 어떻든지 간에 그것은 영국 성공회의 일이고 우리와는 무관하다.

결국 실패했지만 영국 성공회와 영국 감리교회가 합치는데 성공했더라도 한국 성공회와 한국 감리교회가 일치하려면 따로 협의를 하고 따로 각자의 법규를 따라서 뜻을 모아야 한다. 미국이나 카나다의 성공회가 여자 성직자를 배출한다고 해서 한국 성공회도 자동적으로 여자 부제, 사제를 낸다든가,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교회의 수장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법과 우리 법대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