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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유혹 –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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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 시험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주의 기도에 나오는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를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고”라고 번역하거나 외는 전통이 있다. 영어의 ‘템프트, 템프테이션’은 유혹한다, 유혹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성경에서의 의미는 유혹한다는 것과 시험한다는 것,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험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때가 더 많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시험하실 때가 있다.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네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일러 주는 산에 올라가 그를 번제물로 나에게 바쳐라”(창세기 22:2)라고 하신 것이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하신 말씀이다. 출애굽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모세가 백성에게 일러주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시험하시기 위하여 나타나신 것이다’…”(20:20). 그러나 유혹을 당할 때, 하느님께서 유혹하신다고 해서는 안된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받으실 분도 아니시지만 악을 행하도록 사람을 유혹하실 분도 아니시기”(야고보 1:13) 때문이다. 한편 사람이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마싸아에서처럼 너희 하느님 야훼를 시험하지 못한다”(신명 6:16). 이 말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을 때 인용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이 사람을 시험하신 이야기도 있다. 시로페니키아 여자의 믿음이 그것이다(마르코 7: 24-30). 그 여자는 악령이 들린 어린 딸을 둔 여자였는데, 소문을 듣고 예수에게로 와서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간청했다. 그여자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 여자는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 먹지 않습니까?”하고 사정했다. 그제야 예수께서는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이 사람한테 유혹 혹은 시험 받으신 일도 있다. 마르코 복음 8장 11-12절에 나오는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표가 될 만한 기적을 보여 달라고 했다. 같은 복음서 12장 13절 이하에 나오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리라고 하신 말씀은 바리사이파의 유도 심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신약의 여러 책이나 편지를 쓴 사람들이 사람을 유혹해서 죄를 짓게 하는 사탄이나 악마가 분명히 있다고 믿은 것은 틀림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 다닙니다”(I 베드로 5:8).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대목은 주의 기도에 나오는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하는 말이다. 그 뜻을 이렇게 해설한 책이 있다: 우리가 저항하기 힘든 상황에 빠져들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우리가 막상 유혹을 받으면 그 유혹에 넘어 가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예수님 말씀에는 언제나 종말론적 뜻이 담겨 있지만 그와 같은 도덕적인 뜻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