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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성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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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역사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성공회의 대표적 신학자로는 16세기의 리차아드 후커(?1554-1600)를 꼽는다. 후커는 극단적인 로마 교회와 극단적인 청교도의 공격으로부터 엘리자베스의 영국 교회를 방어했고, 영국 성공회를 변호하는 데 쓴 무기가 이성과 역사적 계속성이었다.

교회에 관한 모든 것을 하느님의 계시에 근거를 두는 것은 역사와 경험을 저버리는 것이 될 수 있다. 가령 주교, 사제, 부제라는 성직은 예수님께서 뽑으신 사도들의 행적에서 비롯하는 것이고, 따라서 성경이 계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도행전에 기록되어 있는 원로들과 감독들의 구분은 명백하지 않다. 초대 교회로부터 기원 4, 5세기에 이르는 동안에 박해받는 교회로부터 나라가 공인하는 교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주교, 사제, 부제라는 성직제도가 생성, 발전한 것이다. 그것이 성경에 계시되어 있는 하느님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역사적 주교제를 버리는 것은 경험과 역사와 이성에 반하는 것이다. 한편, 중앙집권적인 교황제, 번거로운 7성사론, 재속 성직자의 독신제 등은 아무리 역사적 전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경에 그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건전한 상식, 즉 이성에 배치되므로 버려야 한다.

성찬식에서 사제가 축성한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고 가르친 가톨릭교의 전통도 그렇다. 이제와서는 가톨릭교회도 그렇게 가르치기만 했지, 빵과 포도주가 어떻게 실제로, 즉 육체적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가는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9세기에 벌써 요한 복음 6장에 근거해서 소위 ‘화체설’이라는 것이 발설되고, 16세기 로마교회의 반개혁 공의회(트렌트)가 화체설(트란삽스탄시에이션)을 교리로 못 박았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고 했다. 이것은 우리의 이성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성찬식에 나오는 빵과 포도주는, 마치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같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상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믿고 받는 우리의 경험으로는 예수님이 영적으로 우리와 함께 성찬의 식탁에 계시는 것이다. 이것이 복음의 계시와 우리의 이성과 믿음의 경험이 가리키는 것이다.

제정 로마의 의상에서 비롯한 교회의 제의의 종류와 전통은 정교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종교 개혁기와 19세기의 가톨릭부흥 운동기에 제의 문제로 큰 소동이 일어났다. 제의에 관한 전통 규칙을 율법적으로 강요하거나 지키는 것은 성경에 제의에 관한 말씀이 전혀 없다고 해서 일체의 제의를 거부하고 미신으로 여기는 것과 같이 반이성적이다. 소백의와 영대는 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