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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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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주교는 성공회와 천주교, 소위 구교에만 있는 직분이 아니다. 동방 정교회에도 주교가 있고, 개신교 중에도 스웨덴이나 핀란드와 같은 스칸디나비아의 루터교회에도 성공회 주교와 같은 역사적 주교가 있다. 그런가 하면 감리교의 감독(영어로는 ‘비숍’이라고 한다)같이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역사성을 거부하는 주교도 있다.

주교는 사제로 일한 사람 중에서 나온다. 천주교 주교는 교황이 뽑고, 임명한다. 한편, 영국 성공회의 주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례를 따라서 내각 수상의 제청으로 국왕이 임명한다.

영국 이외의 성공회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교구 의회가 선출하고, 관구장이 승인하면 관구장과 두 명 이상의 주교가 안수해서 주교로 세운다. 천주교 주교는 사제와 같이 독신이며, 성공회 주교는 기혼자일 수 있고, 정교회의 주교는 독신자이어야 하기 때문에 수도자 중에서 뽑는 것이 보통이다. 정교회 사제들은 사제가 된 후에는 결혼할 수 없기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제 품을 받기 전에 대개 결혼하는 습관이 있다.

주교라는 칭호는 희랍어의 ‘에피스코포스’를 번역한 것이고 원래는 감독자라는 뜻이다. 사도 행전이나 소위 목회 서신을 보면 감독과 원로의 엄격한 구분이 없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제왕적인 주교가 생기고, 주교, 사제, 부제라는 성직의 위계가 확립됐는가 하는 것은 썩 분명치 않다. 교회가 박해받던 시대에는 주교는 교인들을 단합시키고 박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회의 일치를 상징하고 주도했다. 교회가 로마 제국 안에서 공교회로 인정받은 4세기 이후 서서히 한 교구의 신앙과 행정 책임자로서의 주교의 직분이 확립되었다. 제국이 여러 지역으로 갈라지면 그 지역의 여러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 중의 주교, 즉 교황, 대주교, 총주교 등이 나왔다. 나라의 수도 교구의 교구장(메트로폴리탄)이 대개 대주교나 총주교가 되는 것이 관례이다.

주교는 자기 교구를 대표하고, 성직자들을 감독하고, 성사를 주관하고, 교회의 믿음과 일치를 수호한다. 주교는 교구의 최고 목회자이다. 주교만이 사제와 부제를 서임할 수 있고, 전통적으로는 주교만이 세례받은 사람에게 견진례를 베풀 수 있다. 주교와 교회의 권위는 법적 강제력이 아니라 도덕적, 영적 권위이고, 궁극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성공회의 주교들은 예로부터 학문적으로 탁월한 사람들이 많았다. 19세기 이래로는 특히 학자 출신의 주교가 많았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거나 저술 활동에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자주 주교로 뽑혔다. 윌리엄 템풀, 마이클 램지 등이 그랬다. 그러고 보면 성공회 주교의 지도력에서 도덕적, 영적 권위와 함께 학문적 탁월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