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묵상/영성/전례 9월 24일 수요일 생활과 묵상

9월 24일 수요일 생활과 묵상

619
0
공유

■ 9월 24일 수요일 : 루가 9:1-6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든 마귀를 제어하는 권세와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병자를 고쳐주라고 보내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지팡이나 식량 자루나 빵이나 돈은 물론, 여벌 내의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그 곳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든 그 동네를 떠나라. 떠날 때에는 그들에게 경고하는 표시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려라.”

열두 제자는 길을 떠나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며 이르는 곳마다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주었다.

 

■ 오늘의 말씀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 오늘의 묵상 : 그 길

어딘가 낯선 곳으로 갈 때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챙기게 되지요. 그렇게 불어난 짐은 여행하는 이를 금방 지치게 하고 분실할까 늘 신경쓰게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늘 말씀의 예수님의 주문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지금처럼 곳곳에 식당이나 마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텐데 빵도 돈도 심지어 여벌 내의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니요. 말씀을 묵상하며 그렇게 혈혈단신 길을 떠났을 제자들의 심정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동행하시고 인도하시는 주님에 대한 철저한 신뢰 없이는 절대로 떠날 수 없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매 순간순간이 간절한 기도였을 것입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의 마음이 충만했을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겠으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7년 전 오랜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하고 길을 떠날 시점에 있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땐 지니고 있던 게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력, 학력, 인간관계. 결국 떠나지 못하고 유보한 채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내 마음은 아무 밑천 없이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 그래서 못가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태. 이런 내게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오늘 말씀은 조금 용기를 주십니다. 그리고 정말 내가 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주십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보내실 때 그냥 보내시지 않으셨음을 기억합니다. 그들에게 주셨던 능력을 내게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길을 떠날 때 지녔던 주님을 향한 철저한 신뢰를 나도 지닐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오늘의 기도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 바라보며 이 길을 떠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