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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평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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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본 내용은 대한성공회출판부에서 1998년 5월 발행한 책 <우리 믿음 바로 알기(김진만 저)>입니다. 게시를 허락해준 대한성공회출판부에 감사드립니다.

평신도란 말은 희랍어로 ‘백성’이라는 뜻의 ‘라오스’에서 왔다. 교회의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남녀 교인을 평신도라고 한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천주교와 동방 정교회에서 제일 엄격하다. 성공회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명백하지만, 교회를 운영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데 역할이 다를 뿐 신분이나 위계의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서로 협동해서 하느님의 사업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전통이 있다. 한편, 퀘이커나 모르몬과 같은 자유 교회에서는 성직자가 따로 없고, 모두가 똑같은 교인, 또는 회원이다.

성공회의 평신도는 성직자와 함께 교회 운영의 주체로 참여한다. 교회 위원으로 교구와 관구 대의원으로 뽑히면, 주교와 사제단과 함께 교회법을 제정할 수 있고, 교회의 재정과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이것이 성공회의 자랑인 의회 제도이다. 이 제도는 성직자들의 지도력을 보완하는 것이지, 그것을 훼손하거나 경감하는 것이 아니다. 성직자와 평신도는 모두 그리스도의 같은 제자이고 같은 하느님의 백성이다.

교회의 예전에서도 신도의 참여는 광범위하다. 성찬식 중 말씀의 부분은 사제가 지정하는 평신도가 인도할 수 있다. 사제와 부제만이 읽을 수 있었던 복음 성경도 신도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도 평신도가 인도할 수 있다. 신도의 예전 참여에 걸림돌이 되어 온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에 대한 ‘또한 사제와 함께 하소서’하는 대응도 고쳤다. 남녀 전도사 제도도 평신도의 참여의 폭을 넓혀 주는 장치이다. 어머니회, 아버지회, 지 에프 에스, 학생회, 성가대 등의 단체도 교인의 친교와 참여 활동에 큰 몫을 한다.

영어로 ‘미니스트리’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굳이 성직자들이 하는 일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 말을 ‘사목’이라고 번역해서 쓰더라도 성직자는 성직자의 사목이 있고, 평신도는 평신도로서의 사목이 있다. 사목하는 사람을 사제라고 해도 좋고, 목자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우리는 바울로와 루터의 주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평신도 사제직’, ‘만인 사제직’, ‘온 하느님의 백성의 왕다운 사제직’ 등 20세기 후반에 들어 와서 활발하게 논의된 평신도 신학의 구호를 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각각 다른 은총을 알맞게 나누어 주셨습니다”(에페 4:7). 바로 그 분이 사람들에게 다른 선물을 주셔서 “어떤 사람들은 사도로, 어떤 사람들은 예언하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들은 전도자로, 어떤 사람들은 목자와 교사로 삼으셨습니다.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 활동을 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자라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에페 4:11-12). 여기서 바울로는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각각 다른 은총을 받아서 함께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치와 성숙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성직자만으로, 혹은 평신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직자와 평신도는 주종 또는 위 아래의 관계가 아니라, 한 분 목자를 모시고 서로 힘을 합쳐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펴 나가는 동역자의 관계, 서로 섬기는 종의 관계라는 것이 성경과 초대교회가 가르치는 것이다.